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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능소화가 처음처럼 피어나는데

 

꽃이 핀다.

제 이름조차 모르는 꽃 서너 송이가

순진한 마음을 열고

무구(無垢)한 눈으로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이 뜰을 바라본다.

 

 

 

무수한 꽃을 달고 한 시절을 구가(謳歌)하던

예전의 그 나무, 그 가지에서 피어나지만

처음처럼 피어난다

 

 

존재의 희열을 찬미하는 합환의 가무!

누가 저 언어를 해독하랴.

누가 저 아름다움에 온 몸이 전율하랴.

 

 

 

 

다만

내 안의 소리들을 지우며

고요해질 수 밖에

내 안의 숱한 욕망들을 가라앉히기 위해

오래 기다리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