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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병원복도의 동반자

많은 환자들과 의료진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밤,

병원의 넓은 복도에 중년의 여성인 중풍 회복 환자 한 분이 걸음마 연습을 한다.

 

앞쪽에서 마주볼 때는 몰랐었는데 지나칠 때 보니 그녀의 뒤편에 한 사람이 그림자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다.

어린이들의 기차놀이처럼 그녀의 허리춤에 두 손을 붙이고 걸음의 속도와 보폭을 그대로 따라서 하며 걸어가고 있다.

며칠 째 바라본 장면이지만 그들은 한마디도 건네지 않은채, 남들의 시선 따위에는 아랑곳 하지않고

오로지 걸음걸이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오른발은 정상적으로 내디뎌졌지만 왼발은 허공을 한 바퀴 빙글 돌아서 나가는

걸음마저도 뒤에 선 동반자는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것이었다.

이 장면이 약간 우습기도 했지만 한땀한땀 바느질하듯 내딛는

걸음걸이에는 경건함마저 스며나오는 것이었다.

 

 

어떤 일을 하거나 길을 갈 때 함께 가거나 그 짝을 이르는 말을 同伴이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결혼한 부부를 일컬어 동반자라고 광의로 해석한다.

그러나 말이 동반자이지 진정한 의미의 동반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 것인가?

젊음과 사랑, 기쁨과 환희의 동반자는 많다.

화려한 언어와 노래와 행위로 표현하는 동반자는 많다.

 

그들 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이런 말들은 군말일 뿐이다.

내가 당신을 지켜주는 수호 천사가 되어줄께.

내가 당신의 그림자처럼 받쳐주고 밀어줄께.

내가 당신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걸음을 똑같이 맞추어줄께.

뒤에서 당신을 받쳐주고 당신의 회복을 돕는 진정한 짝이 되어줄께.

 

진정한 동반의 의미를 구체적인 행위로써 보여준 그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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