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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막사발에 끌리다

 

막사발을 사람에 비하면 닥치는 대로 사는 자연인이다.

허황한 욕심을 접고 안분자족(安分自足)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가난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난 이 앞에서도 기 죽지 않으며

그저 삼시 세끼 밥만 먹어도 된다는 소탈한 웃음이 배어 있다.

 

 

 

 

 

막사발은 제 얼굴에 분 한번 발라보지 못한 촌부다.

남에게 잘 보이려는 巧言令色(교언영색)은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다.

억지로 꾸밀 줄도 모르거니와 꾸미지 않아도 편안한 멋을 지니고 있다.

세파가 긁은 주름과 상처도 아름다움이란 것을 보여준다.

 

꾸밈이 없는 꾸밈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끌림이 있다.

남에게 앞서려하거나 우쭐대지 않기에 천대받기도 일쑤인 사람이다.

천대에도 마음에 두지 않아 오히려 품위가 오르는 반전이 있다.

 

 

 

 

막사발은 까탈스럽지 않은 이웃집 아저씨다.

누구에게도 친근하고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 한 번 못하는 사람이다.

어찌 보면 줏대도 체면도 벗어 던진 사람이지만 사람들은 그를 좋아한다.

그래서 막사발은 멧그릇도 되고, 찻사발도 되고 허드렛 그릇도 된다.

막사발이란 이름에도 군소리 한 번 하는 법이 없다.

 

 

 

 

거창군 북상면정에 가면 막사발 같은 사람이 있다.

우람한 덩치에 털보라 일견 장비 같아 보이는데

 

작은 찻잔 안에 두꺼비 한마리를 넣은 솜씨를 보면

어찌나 섬세하고 정감이 있는지.....

 

자기가 만든 작품을 보고 

세상에! 이 양반 늘상 하는 소리가

"별 거아닙니다. 아무나 만드는 겁니다"

 초 치는 소리만 하니

가마에 불 넣을 일이 그리 많지 않은데

 

일본 다도 관련 주워들은 이야기를 하며

센노 리큐가 어쩌고 저쩌고 했더니

그냥 들으며 빙긋이 미소만 짓더니.....

 

얼마 전에도 막사발 몇 개를 만들어 그냥 가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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