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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천수보살 아로니아 밭에서 잎을 정리한다 열매가 맺힌 위로 솟구친 잔 가지들을 잘라준다 그대로 두면 나무가 엄청 위로 옆으로 자라고 햇볕이 잘 들지 않고 바람도 안 통한다 나뭇잎들이 고분고분 제 잎을 내밀고 가위질을 받는다 무수히 손을 뻗어 햇빛을 끌어오느라 여념없던 잎들이 적의 칼날에 베어지듯 목이 떨어진다 엽록소로 물든 초록의 잎사귀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기를 잃은 흙빛으로 변해갈테지만 저항 한 번 하지도 않는다 가지 사이로 빛이 들고 바람이 통하며 열매들이 몸집을 불리며 알차게 익어가고 사파이어처럼 빛이 날 것이다 분신이 되어 본체로부터 분리된다고 해도 시공적으로 초월한듯이....... 아! 천수보살이로구나 더보기
두엄 뒤적이기 두엄을 뒤적인다 지난 3월에 뒷산의 부엽토, 왕겨, 깻묵 등을 쌓고 물로 흠뻑 적셔 미생물들을 살기 좋게 만든다고 호작질을 하던 것이다 오늘은 퇴적물들을 뒤집어 햇빛으로 목욕을 시키고 바람도 씌우고 마른 자리 진 자리를 교체 시킨다 이 퇴비장은 텃밭 수준이라 농업인들이 보면 놀잇감 정도에 불과하지만 오히려 농업인들이 사유하지 못하고 희열을 느끼지 못할만큼 개인적인 체험을 한다 물을 머금어서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야 미생물들이 날아다닐 수 있다는 체험자의 설명이 꽤 인상 깊게 남아있다 마른 자리에는 미생물이 살기도 이렵고 이동하기도 어러운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생물들이 배양이 되어 재료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분해 시켜 좋은 거름이 된다는 미시 세계의 신비에 나는 농부가 아니라 어리 아이처럼 즐거운 상.. 더보기
위풍당당 노간주 주택 입구에 노간주 나무 (노송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 해가 갈수록 키가 커지고 몸집이 불어난다 뒷산 그늘에서 햇빛이 부족해 잘 자라지 못하는 나무를 캐서 양지 바른 곳에 심어놓고 10년이 지나니 이제 위풍당당한 나무로 자란다 아랫쪽 지름이 18cm에 높이가 5m에 이른다 가지치기를 한 번 한 적도 없는데 수형도 미끈하고 수세도 왕성하다 이 나무를 옮겨심을 때 지금 이 순간을 기대하였었는데 이만하면 기대가 충분히 이루어진 것이다 아마 이 나무가 산에 있었으면 옆에 있는 참나무나 소나무의 세력권에서 고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산은 안락하고 평화롭지만은 않다 적자만이 생존하는 엄연한 생명의 질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더보기
삽질을 하며 밭을 파는 일을 밭을 뒤엎는다고 생각을 하며 삽질을 한다기존의 체제에 대한 도전이고개혁인 것이다 태양의 밝음과온기, 구름과 비의 생명수와 산들바람의 시원함을 표면의 기득권층이 독식하지 않게 하는 조화와 균형을 위한 것이다억눌린 고통과 결핍에서 신음하는 지층을 자리바꿈하는  정의의 운동인 것이다흙에 양분을 넣고 토닥여 주는 생명의 손길인 것이다흙이 부드러워지고 숨을 쉬며 표정이 환해진다 며칠 내로 보드라워진 가슴을 열고 새 생명을 품을 것이다 더보기
엄나무 새 순을 따며 가시엄나무순을 딴다 손톱길이만한 가시들이 호위병처럼 창검을 들고 일렬로 배치되어 가지를 보호한다일부 가지는 밭둑 아래 한 길이 넘는 벼랑쪽으로 뻗어 있다 가지들 끝단에 달린 탐스런 새 순들이 그 매서운 호위병들 사이로 침투하라고 유혹한다이 성가신 침입자들을 피하려고 해마다 나무는 키를 키우지만 이 영악스런 사람들은  팔이 닿는 거리내에 두려고 잔꾀를 써서 키를 낯춘다나무와 사람 사이에도 긴장감과 타협이 오간다두꺼운 가죽 장갑을 끼지만 호위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기는 어렵다가지마다 손가락만한 길이로 통통하게 자란 연두빛 새 순에 팔아 닿을락말락하다호위병들 사이로 조심조심 몸을 밀어넣고 팔을 뻗어 본다매사가 뜻대로 이루어지면 긴장감도 성취감도 저하되는 법이지이렇게 거둔 새 순들이 봉지에 담겨져 누군가에게 전.. 더보기
초대형 캔버스 언젠가 집 구경을 온 사람 하나가 앞 산이 시야를 막아 탁 트인 전망이 아쉽다고 한 적이 있다 산이 먼저 선점하고 있어서 어쩔 도리가 없었고 절벽처럼 산이 버티고 있어서 냇가 바닥에 누운 너럭 바위가 일품이라며 무례한 언행에 유머로 일침을 가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풍수지리상의 여러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터는 드물고, 있다고 해도 구하기 어렵다 그런 완벽한 터를 구하기보다는 좀 미흡하더라도 자족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보다 더 현명한 태도는 기존의 조건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을 조화하는 주체는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산은 시야를 차단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대자연의 캔버스로 긍정 수용을 하고 계절마다 변하는 화폭의 그림으로 여기면 어떨까? 주택 앞에 있는 횡으로 산은 벼.. 더보기
현호색 - 앙증스러운 꽃 현호색이 앙증스럽게 피어나고 나는 싱긋 웃으며 무릎을 꿇고 사진에 담는다 몸집이 작고 예민한 감성을 지녀 말 한 마디만 서운해도 토라져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소녀 같은 꽃이다 수많은 종류의 화목들이 자라며 꽃을 피우는데 이런 대자연의 물자체로서의 본성은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우리의 감관을 통해 입수한 표상만을 가질 뿐이다 더보기
꽃비 내리는 봄날 창선에서 걸어 오다가 월성 내계 마을 개울가 벤치에 앉으며 봄의 서정을 즐긴다 온통 봄이 무르익는다 봄 기운을 받은 화목들이 꽃을 피우고 며칠만에 꽃을 떨군다 벚꽃,수양벚꽃, 산벚꽃, 조록싸리, 조팝꽃이 온 사방에서 피어나고 낙화한다 피고 지는 일이 자연스럽다 피는 꽃들이 우쭐거리지도 않고 지는 꽃들이 의기소침하지도 않는다 그저 물 흐르듯 한다 화사한 봄날 꽃비가 내리고 포장 도로를 덮으며 바람을 따라 휩쓸린다 오는 길에는 쇼펜하우어의 행복론을 들으며 왔다 가는 길에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을 둘러보며 마음이 끌리는대로 가야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