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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초대형 캔버스 언젠가 집 구경을 온 사람 하나가 앞 산이 시야를 막아 탁 트인 전망이 아쉽다고 한 적이 있다 산이 먼저 선점하고 있어서 어쩔 도리가 없었고 절벽처럼 산이 버티고 있어서 냇가 바닥에 누운 너럭 바위가 일품이라며 무례한 언행에 유머로 일침을 가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풍수지리상의 여러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터는 드물고, 있다고 해도 구하기 어렵다 그런 완벽한 터를 구하기보다는 좀 미흡하더라도 자족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보다 더 현명한 태도는 기존의 조건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을 조화하는 주체는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산은 시야를 차단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대자연의 캔버스로 긍정 수용을 하고 계절마다 변하는 화폭의 그림으로 여기면 어떨까? 주택 앞에 있는 횡으로 산은 벼.. 더보기
현호색 - 앙증스러운 꽃 현호색이 앙증스럽게 피어나고 나는 싱긋 웃으며 무릎을 꿇고 사진에 담는다 몸집이 작고 예민한 감성을 지녀 말 한 마디만 서운해도 토라져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소녀 같은 꽃이다 수많은 종류의 화목들이 자라며 꽃을 피우는데 이런 대자연의 물자체로서의 본성은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우리의 감관을 통해 입수한 표상만을 가질 뿐이다 더보기
꽃비 내리는 봄날 창선에서 걸어 오다가 월성 내계 마을 개울가 벤치에 앉으며 봄의 서정을 즐긴다 온통 봄이 무르익는다 봄 기운을 받은 화목들이 꽃을 피우고 며칠만에 꽃을 떨군다 벚꽃,수양벚꽃, 산벚꽃, 조록싸리, 조팝꽃이 온 사방에서 피어나고 낙화한다 피고 지는 일이 자연스럽다 피는 꽃들이 우쭐거리지도 않고 지는 꽃들이 의기소침하지도 않는다 그저 물 흐르듯 한다 화사한 봄날 꽃비가 내리고 포장 도로를 덮으며 바람을 따라 휩쓸린다 오는 길에는 쇼펜하우어의 행복론을 들으며 왔다 가는 길에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을 둘러보며 마음이 끌리는대로 가야겠다 더보기
자목련 ~ 4월의 미의 화신 자목련이 개화하는 중이다 올해는 유난히 꽃송이가 풍성하고 색이 곱고 꽃이 어느 한 구석 찌그러지거나 상한데가 없다 봄의 마술사가 연분홍 천을 연신 뽑아내는데 춤추며 노래하는듯 하다 아직 한 송이도 낙화하지 않고 덜 핀 꽃망울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 고와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탄성이다 4월의 봄이 내세우는 미의 화신이랄까 나는 찬사 한 귀절을 웅얼거린다 봄의 심술쟁이 서리나 강풍들이 기세를 올렸다면 고운 꽃잎이 성할리가 없지 고맙구나 조금만 더 참아주어라 자목련이 스스로 꽃잎을 떨굴 때까지만이라도....... 더보기
느닷없는 짓 사용하던 통나무 식탁을 뜰에 내놓았더니 서한당이 소꿉놀이하듯이 배치해 놓는다 이런 느닷없는 짓이 생활과 밀착된 미적 활동이다 더보기
비에 젖은 진달래 진달래 개화 소식을 듣고 뒷산에 오른다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날, 진달래는 온통 젖은 적삼을 여미고 있다 아직도 냉기를 죄다 떨쳐내지 못한 바람에 여윈 몸과 입술이 파르르 떤다 부귀영화를 누리는 꽃들은 화려한 색에 풍성한 풍채, 독특한 모양새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운수가 좋으면 대갓집 뜰에 초대도 받는다 이름이야 곱지만 진달래는 산의 후미진 곳에서도 원망하지 않고 소박하게 꽃을 피운다 갑남을녀들의 관심과 사랑 따위는 이미 체념한듯 욕심없는 꽃이다 진달래는 풍성하고 화려한 정열보다는 은은하고 소박하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을 정겨움이 묻어난다 더보기
땅두릅을 캐며 땅두릅을 처음으로 수확하는 기쁨이 크다 작년에 처음으로 심었는데 친구와 수승대에서 큰 뿌리 한 포기를 캐내서 여러 포기로 나누어 심은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으로 하는 일은 설렘이 있다 호기심과 기대감은 경험을 부풀게 하는 이스트다 땅에 묻힌 하얀 뿌리 줄기와 지상에 피어난 잎이 마치 땅에서 캔 버섯 같기도 하다 땅을 조금 파내서 칼을 넣어 싹둑 잘라내는데도 또 묻어두면 얼마 후에 올라온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아니.....고작해야 땅두릅 열댓 개를 땄다고 저리 호들갑을 떠는가?'라는 퉁명스런 반응은 상상력이 빈곤한 목석 같은 사람일 것이다 초심의 눈으로 초심의 가슴으로 사물을 대하면 하찮아 보이는 사물이나 일에 작은 기쁨이나 보람 등과 같은 보석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세수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사소하고.. 더보기
두꺼비와 조우 뒷산에 오른다 마른 솔잎을 담아와 블루베리 밭에 깔아주려는 것이다 솔잎 아래가 촉촉한 게 며칠 전의 비 때문이다 그 촉촉한 낙엽 속에서 두꺼비 한 마리가 엉금엉금 기어나온다 아마 많이 놀랐을 것이고 혹시 화를 당할까봐 족을 힘을 다해 벗어나려고 하지만 굼뜨기 짝이 없다 하던 일을 멈추고 한참동안 이 녀석을 바라본다 인접한 곳에서 사는 두꺼비라 자주 상면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웃인 셈이다 서로가 종은 다르지만 한 지역을 공유하는 생명체로서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