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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블루베리와 세대 교체 블루베리 전정을 하다가 스쳐가는 단상들이 있다 블루베리는 관목 식물인데 원줄기와 가지의 구분이 없다 비유를 한다면 나무의 일원적, 중심 체제가 아니라 다원적이고 집단 체제 같은 구조다 뿌리에서 많은 줄기들이 나오는 블루베리는 하나의 주간이 아니라 여러 줄기들이 서로 경쟁하며 무리를 이룬다 여러 줄기들은 저마다 몇 해동안 왕성하게 자라고 열매를 맺다가 노쇠해지고 열매도 보잘 것 없어진다 그래서 세대 교체를 하는데 늙은 줄기를 제거하고 새로나온 줄기 중에 세력이 좋은 것은 키우는 것이다 전지를 할 때 나무의 중심부는 공간을 두어야 볕과 통풍이 잘 된다 그래서 중심부로 향하는 가지는 자르는 게 기본이다 세대 교체! 자연의 섭리는 엄중하고 단호하구나 모든 생명체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원리로구나 여러 해 전 블루베.. 더보기
오함마 자루가 부러지고 나무를 심기 위해 두어 평 정도되는 콘크리트를 깨다가 뒷통수를 한 방 세게 맞았다 오함마 쇠뭉치가 부러진 자루에서 이탈해 내 머리통에 떨어진 것이다 머리가 띵하고 피가 났지만 병원에 갈만큼은 아니다 오함마의 위력은 쇠의 강도도 있지만 강력한 휘두름이 크게 작용한다 짧은 자루로는 큰 힘을 쓸 수가 없다 오함마의 아킬레스근은 쇠붙이에 끼어진 부분의 자루다 외부의 힘이 도구에 전달되며 발생하는 충격을 오롯이 견뎌야 한다 이런 것을 경험으로 잘 알지만 허술한 안전의식을 나무라는 경고의 꿀밤이다 자루야 미안하다 네가 부상을 당한 벌로 나도 뒷통수를 맞지 않았느냐 너를 고치려면 내일은 산으로 가야겠구나 더보기
산림조합 묘목시장에서 거창읍 산림조합 묘목시장이 부산하다 많은 종류의 묘목들이 봄의 기운을 한가득 안고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공작단풍 한 그루는 목수 친구의 신축 가옥에 선물한다 밑둥이 손목만하고 수고는 190cm 되는 나무인데 새 집에 잘 어울릴 것 같다 내 밭에 심을 체리나무 두 그루(라핀, 타이톤)와 엄나무 세 그루도 구입한다 오늘은 뒤쪽 울타리목으로 심을 에메랄드 골드 30그루가 도착할 것이다 나무는 희망과 미래를 심는 것이다 더보기
산괴불주머니 봄이 되어 야외로 나가면 곳곳에서 눈에 띄는 야생초 산괴불주머니! 사람들의 눈을 끄는 매력이 없이 아무데서나 흔하디흔한 야생화다 그래서인지 한. 번도 화분에 담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어디서나 잘 뿌리 내리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마주할 때마다 기운을 받는듯 하다 산괴불주머니를 대할 때마다 사람들의 간택하는 마음을 반성하게 된다 꽃이 귀하다거나, 특별히 예쁘거나, 왠지 마음에 끌린다고 차별하고 서열화하는 편협함을 돌아보게 된다 야생초의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하는 경박함을 경계하라고 산괴불주머니가 나를 가르친다 더보기
생강나무 움이 부풀고 생강나무 움이 한껏 부풀어있다 북풍한설에 움막 속에서 가느다란 숨으로 좌정하며 때를 기다리더니 ...... 이제 내가 더욱 기다릴 것이다 개막을 하며 노오란 머리를 내미는 날을...... 더보기
나물 한 줌의 추억 며칠 새 바람의 입김이 제법훈훈해지고 호미가 손을 끌고 밭으로 간다 흙은 약간 젖어있고 보드랍고 젖내음이 풍겨온다 쪽파가 있는 밭두둑에 나물들이 함께 자라고 있다 냉이, 꽃다지, 광대나물을 한 줌 캔다 나물을 캐다 아련한 기억 한 올이 나물 뿌리에서 매달려 나온다 오래 전 내가 30대에 교직생활을 할 때, 경주 양북면에 있는 기림사 근처, 야외 식사를 준비하며 삼겹살을 굽고 있는데 아버지가 잠시 안보이시더니 산나물 두어 줌을 뜯어와 매우 기뻐하며 된장국에 넣어 먹었던 기억이다 까마득한 기억이라도 살아 있어 당시를 회고하며 선친에 대한 그리움이 울컥 솟구쳐 온다 남들은 이런 기억쯤이야 흔할 수도 있겠지만 예순 넷에 세상을 뜨신 터라 그 짧은 순간의 행복마저도 아쉽고 소중하기만 하다 그 짧은 순간을 다시 재.. 더보기
우수의 사색 우수가 지나고 사나흘 째 비가 내린다 아직은 춘삼월이 되지도 않았는데 비가 많이 내려 개천에 물소리가 세차다 젊은 시절에는 24절기에 대해 그 따위라 칭하며 비합리적이고 전근대적 인습 등으로 치부하며 냉소적이었다 옛날 농경민적 사고방식이라 여기며 기계적으로 도식화한 민간 계도용 등으로 여기는무관심과 무지의 천박함을 드러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절기에 대한 접근 방식이 매우 달라졌다 꼭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하거나 농촌 사람들의 인습적 사고방식에 동화되어서가 아니다 전원생활을 하다보니 계절의 변화, 일기의 변화 등에 민감해졌고 절기의 바탕에 흐르는 자연애와 인문적 사유에 친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동양적 우주관에 익숙해지고 내 삶에 녹아들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우수란 절기는 눈이나 얼음이.. 더보기
개나리 울타리를 낮추며 주택 뒷편의 생울타리로 심었던 개나리의 키를 대폭 낮춘다 높이가 2~3m 되는 것을두 뼘 이내로 줄이려고 한다 이 울타리는 뒷 집과의 시선 차단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성한 것이었다 이제 울타리를 낮춘 것은 뒤에서 두세 마리 소를 키우다가 작년부터 그만 둔 것인데 사연은 이렇다 뒷집 마당으로 사용하는 약 20여 평의 내 토지를 사용하도록 허용해 주었었다 그러다가 재작년에 그 토지를 경계 측량을 하고 펜스를 쳐서 뒷집에서 소를 키우기 어려울 정도로 마당이 좁아졌고 노인의 힘에 부치기도 했던지 소를 기르지 않았다 오랫동안 사용을 하게 해 준 것은 홀로 사는 노인의 생계 문제라고 여긴 선의에서였다 그런데 노인은 이런 정황을 고맙게 여기기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위생개념도 부족하여 트러블이 생겨 내 선의를 거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