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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낮달맞이 낮달맞이꽃이 노랗게 피어난다 새로 생긴 종인데 원래 달맞이꽃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원성을 쏟아낸다 "우리는 달을 섬기는 친월파인데 너는 어찌하여 환한 대낮에 피어나니 친일파가 아니더냐? " "그런 소리는 나를 모욕하는 말이라고 나는 낮에 뜬 달을 향해 찬미하는 낮달맞이란 말이야 " 더보기
소나무 전지 뜰의 소나무 전지를 한다 내 전원생활의 동반자들인데 함께 한 세월이 17년이 되었고 실제 수령은 그보다 10년 이상이다 늘 푸른 잎을 달고 왕성한 기운으로 자라는데 나는 2년에 한 번. 정도 순을 잘라준다 그것도 내 필요에 따른 것으로 소나무는 내 물 한 바가지 거름 한 통 도움을 받지 않는다 병에 걸리지도 않고 태풍이 와도 꿋꿋이 버티는 독립형 투사다 전지를 하는 일은 의외로 즐거움과 보람을 준다 내 가위질에 따라 수형이 결정된다 나무가 자연적으로 자라게 하면 이상적이겠지만 정원과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는 다른 나무와의 상생을 위해 전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전지를 잘하면 수목을 미적으로 만들 수 있고 나무에 대한와 애정을 직접 시연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지를 고역으로 여기는 사람은 참으로 딱한 사.. 더보기
작약이 피어나고 작약이 꽃을 피우며 뜰의 한켠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뜰을 공유하는 많은 화목류들이 각기 제 철이 있어서 다른 화목들 사이에서 제 존재를 드러내며 뽐을 낸다 존재하는 모든 꽃들은 조물주로부터 특권을 부여받는다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노니 자유롭게 자라서 예쁜 꽃을 피워라 낮에는 해가 너를 성장 시키고 밤에는 별과 달이 네 가슴을 토닥이며 꿈꾸게 할 것이다 바람이 불어 너를 단련 시키고 비가 내려 마른 뿌리를 적셔 주리라 순수한 영혼을 가진 꽃들이여! 온 땅이 너희들의 터전이니 마음껏 꿈을 펼쳐라 종의 고유성을 부여하노니 원하는 모습으로, 색채로, 향기로 네 종만의 유일한 아름다움을 피워라 자손만대로 영원히 소멸되지 않을 최고의 아름다움을 연출하여라 더보기
뻐꾸기 우는 아침에 이른 아침, 집 근처 낙엽송 우듬지에서 뻐꾸기가 운다 몸집이 산비둘기만 하다 뻐꾸기는 독특한 음색으로 오늘따라 유난히 울음 소리가 크고 잦은 게 암수 간에 긴밀한 일이 있나보다 쌍안경으로 관찰을 해 보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재미있다 뻐꾸기는 오월 초.중순에 우리나라에 와서 7,8 월에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철새란다 그런 사실을 모르던 내가 저 새에게 경의로움과 반가움이 솟아난다 멀리서도 왔구나 태평양를 건너서 온 것이더냐? 음 그건 아닐테고 산 위로 날아왔겠지 물어보며 놀라운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얼마나 걸린 여행일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누구랑 동행한 것인지, 몇 번째 방문인지, 물어보고 싶다 아프리카발 한국까지의 그 먼 여행은 대체로 3개월이란다 그 3개월 사이에 암수가 새끼를 부화하고 양육하기 위해.. 더보기
천수보살 아로니아 밭에서 잎을 정리한다 열매가 맺힌 위로 솟구친 잔 가지들을 잘라준다 그대로 두면 나무가 엄청 위로 옆으로 자라고 햇볕이 잘 들지 않고 바람도 안 통한다 나뭇잎들이 고분고분 제 잎을 내밀고 가위질을 받는다 무수히 손을 뻗어 햇빛을 끌어오느라 여념없던 잎들이 적의 칼날에 베어지듯 목이 떨어진다 엽록소로 물든 초록의 잎사귀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기를 잃은 흙빛으로 변해갈테지만 저항 한 번 하지도 않는다 가지 사이로 빛이 들고 바람이 통하며 열매들이 몸집을 불리며 알차게 익어가고 사파이어처럼 빛이 날 것이다 분신이 되어 본체로부터 분리된다고 해도 시공적으로 초월한듯이....... 아! 천수보살이로구나 더보기
두엄 뒤적이기 두엄을 뒤적인다 지난 3월에 뒷산의 부엽토, 왕겨, 깻묵 등을 쌓고 물로 흠뻑 적셔 미생물들을 살기 좋게 만든다고 호작질을 하던 것이다 오늘은 퇴적물들을 뒤집어 햇빛으로 목욕을 시키고 바람도 씌우고 마른 자리 진 자리를 교체 시킨다 이 퇴비장은 텃밭 수준이라 농업인들이 보면 놀잇감 정도에 불과하지만 오히려 농업인들이 사유하지 못하고 희열을 느끼지 못할만큼 개인적인 체험을 한다 물을 머금어서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야 미생물들이 날아다닐 수 있다는 체험자의 설명이 꽤 인상 깊게 남아있다 마른 자리에는 미생물이 살기도 이렵고 이동하기도 어러운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생물들이 배양이 되어 재료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분해 시켜 좋은 거름이 된다는 미시 세계의 신비에 나는 농부가 아니라 어리 아이처럼 즐거운 상.. 더보기
위풍당당 노간주 주택 입구에 노간주 나무 (노송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 해가 갈수록 키가 커지고 몸집이 불어난다 뒷산 그늘에서 햇빛이 부족해 잘 자라지 못하는 나무를 캐서 양지 바른 곳에 심어놓고 10년이 지나니 이제 위풍당당한 나무로 자란다 아랫쪽 지름이 18cm에 높이가 5m에 이른다 가지치기를 한 번 한 적도 없는데 수형도 미끈하고 수세도 왕성하다 이 나무를 옮겨심을 때 지금 이 순간을 기대하였었는데 이만하면 기대가 충분히 이루어진 것이다 아마 이 나무가 산에 있었으면 옆에 있는 참나무나 소나무의 세력권에서 고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산은 안락하고 평화롭지만은 않다 적자만이 생존하는 엄연한 생명의 질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더보기
삽질을 하며 밭을 파는 일을 밭을 뒤엎는다고 생각을 하며 삽질을 한다기존의 체제에 대한 도전이고개혁인 것이다 태양의 밝음과온기, 구름과 비의 생명수와 산들바람의 시원함을 표면의 기득권층이 독식하지 않게 하는 조화와 균형을 위한 것이다억눌린 고통과 결핍에서 신음하는 지층을 자리바꿈하는  정의의 운동인 것이다흙에 양분을 넣고 토닥여 주는 생명의 손길인 것이다흙이 부드러워지고 숨을 쉬며 표정이 환해진다 며칠 내로 보드라워진 가슴을 열고 새 생명을 품을 것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