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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천지인을 상징하는 바위 배치 뒷 뜰에 작은 동산을 만들 때 설렘과 즐거움을 회고해 본다 뒷산의 산자락이 끝나는 곳이라 바위가 많은 땅이라 자연석을 활용하여 동산을 꾸미고 싶었다 밭이었던 대지에서 묻혀있던 바위들이 노출되면서 대부분은 석축으로 사용되고 남은 바위로 요 작은 동산에 세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돌을 어떻게 배치할까를 생각하다가 뇌리에 스치는 개념 하나가 였다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며 바위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상징할 바위는 크고 우뚝 솟아 웅장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 땅을 상징할 바위는 넓고 평평한 대지처럼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상징할 바위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선돌(입석)과 누운 돌(와석)의 중간 형상이 좋겠다 남은 돌 중에서 마음에 쏙 드는 돌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내 의도는 명확했었다 .. 더보기
장승 한 쌍 그런저런 세월이 흐르고 삭신은 삭아 무너지고 으슥한 모퉁이로 밀려나 영원으로 귀의하는가 ※십여년 전 소나무 한 그루 베어다가 칼질을 하여 집 입구에 세워둔 장승 더보기
감나무 강전정 감나무 강전정을 한다 사다리끝을 밧줄로 나무에 단단히 묶고 나무에 오른다 다리가 후덜후덜 떨리지만 단단히 마음 먹은 일이라 이겨낸다 감나무에 오르다 추락해서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는 걸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이 감나무가 몇 년생인지 모른다 최소 50년은 넘을 것 같다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자란 나무라 수고가 높아서 시중의 장대로는 도저히 수확할 수가 없다 강전정을 하기로 마음 먹고 유튜브로 전정법을 배워서 하지만 위험 요소가 많다 자른 나무가 떨어질 때 자칫하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서 매우 조심한다 사다리 끝까지 올라도 작업 반경이 짧은 것은 가지가 부러질까봐 그렇다 게다가 전선이 있어서 마음 놓고 자를 수도 없다 이런 일도 좋은 경험이라 전원생활의 연륜이 된다 더보기
봄맞이 나들이 봄맞이 나들이를 나간다 누구는 매화꽃을 찾아 나서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내가 선호하는 아스팔트 도로를 걸으며 물소리와 군데군데 쌓인 잔설을 벗 삼아 혼자 걷는다 아직 바람이 차가워 모자에 달린 천으로 얼굴을 감싼 채 두어 시간을 걷는다 아직 봄은 멀리 있어 아득하다 다만 길가의 고로쇠 나무에서 물을 받는 걸 보니 수목들 내부에서 봄 기운이 흐르고 있을 뿐이다 봄 기운은 아직 열기나 형상이나 향기를 갖지 못하고 배후에서 서서히 꿈틀거릴 것이다 태양의 양지에서, 바람의 날개 안에서, 동토 밑에서, 움 안에서, 덤불 안세서 봄의 정령들이 꿈틀대며 모의를 하고 있다 한 바탕 생명의 축제를 숙고하느라 은밀히 준동하고 있다 더보기
화살나무 약효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류머티스성 질환에 화살나무 가지를 끓여먹었더니 사흘만에 부종이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이런 정보에 시큰둥했었는데 오늘은 왠지 다르다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따끈따끈한 뉴스로 관련된 보도가 있었다 이 정도면 상당히 믿음이 가지 않는가? 건강이 걱정되는 친구의 희소식을 접한 것이기도 하고 나도 통풍약을 복용하는데다 화살나무가 주택 울타리에 30여 그루가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큰 수고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화살나무는 곳곳에 많고 채취하기도 쉬은데 과연 루머티스 관절염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 기대가 크다 앵커] '화살나무' 들어보셨습니까? 국내 자생식물인데, 이 나무 추출물이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 더보기
사다리를 세우며 감나무 전정을 하려고 사다리를 세우는 중이다 별 것 아닌 일 같아 보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무가 높아서 A자 모양의 사다리를 직선 모양으로 세워서 분지된 지점에 걸쳐야 안정된 자세가 된다 알루미늄 사다리라 중심부에서 들면 크게 무겁지는 않은데 그럴 수가 없다 중심이 사람 키를 훨씬 넘어 있어서 힘을 쓰기가 쉽지 않다 여러 번을 뒤뚱거리다가 넘어질 뻔 하며 용을 쓰다가 겨우 걸쳐 놓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겨우 세우는데 성공했다 나중에 올라가서 줄로 단단히 고정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그냥 사다리를 나무에 걸친 일을 가지고 마치 큰 공을 세운 것처럼 말하는 것이 표현의 과잉인 것이 분명하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경험에서 엳는 것이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업 과정을 세밀히 관찰하고 분석함으로.. 더보기
진눈깨비 내리는 날 엊그제 입춘이 지나가고 오늘은 눈이 내린다 백설의 옷이 젖고 눈이 퉁퉁 불어 있다 눈물을 털어내지 못해 무거워진 몸이라 곧바로 지상으로 낙하한다 여유가 없다 눈이 낙하산처럼 활개를 펴며 지상에 사뿐히 안착하지 못한다 창공을 딛고 하강하는 걸음과 걸음 사이의 엇박이 없다 입춤의 대가들만이 떼어놓을 수 있는 파격의 미학이 없다 바람에 몸을 맡겨 이리저리 부유하는 자유가 없다 목적의식에 억눌린 여유로움이다 오로지 피할 수 없는 중력에 추락한다 봄으로 가는 경계에서 다급해진 것인가! 입춘의 위력에 압박을 받는 것인가! 눈과 비의 겅겨가 모호하다 더보기
단풍나무를 자르고 창문 앞에 심었던 단풍나무를 자르기로 한 것은 앞산을 조망하는데 방해가 되어서다 내가 심고 내가 잘랐으니 변덕이요 무자비의 부덕이다 심을 땐 언제고 필요에 따라 잘라버리는 이 존재의 가벼움을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굳이 변명을 늘어 놓는다면 나무가 크고 무성해져 시야를 가린다는 점과 옮기려니 너무 힘든다는 점이다 잘린 밑둥치가 나를 노려보며 원 망을 하는듯 하다 주돈이가 집안의 잡초를 방치해 연유를 물었더니 "내 뜻과 같기 때문이다"고 한 고사가 떠오른다 그 말을 화두로 삼았던 정호는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면 그것은 불인(不仁)이라는 의서의 귀절을 발견하고 깨우침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주돈이는 잡초까지도 자기 몸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여 차마 자를 수 없었던 성인의 마음을 가졌던 것이다 어진 사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