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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불두화 불두화 하얀 꽃송이들이 오월의 축제에 참가하고 있다어린 시절 옛 집에 유일한 꽃나무 한 그루가 불두화(불동화라고 불렀었다) 였다그만큼 불두화가 나의 유아기의 정서를 함양하는데 관여했을 것이다풍성하게 꽃을 피우면 마음이 풍요롭고 기쁨이 생겨나도록 해 준 은혜의 꽃이다그런 의미에서 내가 귀향을 하고 넓은 뜰에 여러 화목을 심고 가꾸며 살아가게 하는 내재된 동인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 것일지 모른다불두화는 수국과 함께 수많은 개별 꽃들이 모여 동그랗게 송이를 이룬다큰 나무는 엄청 많은 꽃송이들을 매달고 있다이 나무는 왕성한 생명력과번식력을 가지고 있다불두화는 밑둥치에서 많은 줄기-가지가 나오는 관목이라 주축이 되는 줄기가 없다 중앙 집중적이 아니라 지방 분산적이다넓은 땅에서 마음껏 자라면 엄청나게 나무가 .. 더보기
오월의 축제 5월 하순이 되자 기온이 급상승한다아침에 텃밭에 관수를 하고 나니 등줄기 골을 타고 땀이 흐른다 사람이 생활하기는 조금 덥지만 많은 동식물들에게는 생활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텃밭에 심어놓은 모종이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올들어 처음으로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어디서 머물다 이리로 온 것인지 모르지만 뻐꾸기 울음은 추억을 환기 시키는 타임 머신의 음악처럼 들린다여러 새들의 울음 소리가 오늘따라 다양하고 경쾌하다 신의 오케스트라에 초대된 악기들이다 음악회랄까 공연장이랄까 전시회랄까그런 구분의 경계 없이 이루어지는 대자연의 축제인 것이다 더보기
소나무를 전정하며 정원의 소나무 전정을 한다주택을 신축하고 인근에 수소문해서 13년 전에 이식한 소나무 세 그루인데 당시에 어른 발목 굵기로 약간 비스듬히 심어 바람에 버티는 형상으로 연출했었다지금은 종아리 굵기로 자랐는데 정원수의 숙명으로 크게 자라지 못한다세 그루의 소나무에서 가지치기를 하고 나니 잘린 가지와 잎들이 수북하다 매년 오뉴월에 전정을 하는데 창문에서 가까워 제 마음껏 자라면 햇빛을 가릴 뿐 아니라 조망에 방해가 되고나무의 위세에 눌리기 때문에 세력 확장을 막는 것이다그리고 가정의 정원수는 아담한 사이즈로 손질을 하며 감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나무는 천수천족의 생명체다 굳건하게 중심을 잡고 무한을 향해 성장한다지하에서 지상과 창공을 향해 수직 운동을 하며 중심에서 좌우로 영역을 확장한다마치 제국적 확장.. 더보기
첫 함박꽃 개화 비 내리는 봄날 뜰을 산책하다 오늘 개화한 함박꽃을 바라본다우산을 받친듯 하얀 잎을 약간 숙여서 내부를 감싸안으며 보호하는듯 하는데 초록 잎은 빗물에 젖어있다이 나무에서 가장 먼저 핀 꽃이다 고귀하고 고결한 품격을 지니고 있는 꽃이다함박꽃을 나는 정장을 한 귀족이라고 칭송한다장미나 목단처럼 만인의 시선을 받는 화려한 아름다움보다는 교양과 기품을 갖추어 존경을 받는 귀인을 대하는 느낌을 받는다꽃의 외관을 보면 하얀 꽃잎들이 중심부를 보호하며 둘러싸고 있다 둥근 두 단의 중심부는 마치 주인공들이 로맨스를 펼치는 무대처럼 아름답다암술과 수술이 결합하여 씨방 안에 종의 유전자를 맺고 차세대를 위해 전달할 것이다이 나무를 구하려는 열망으로 여러 곳을 물색했지만 캐기가 어려워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요행히 산채 가능.. 더보기
붓꽃을 바라보며 집 입구의 콘크리트 틈에서 뿌리를 내린 붓꽃을 한참 바라본다관성적으로, 상투적으로 힐끗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처음 대면하는 것처럼 신기하게 여긴다붓꽃이 연쇄적으로 피는 모습이 아름답고 신기하다며칠의 시간 간격을 두고 끝이 뾰죽한 붓 모양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잎에 아름다운 문양이 환상적이다 마치 나비의 날개처럼 화려하다붓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종이 두루마리처럼 말려있는 있는 여러 장의 꽃잎을 서서히 펼치는 운동을 한다 원 운동이다 사람이나 꽃이나 환희에 차면 만세를 부르는 자세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 요소들이 최적화되는 것이다저 아름다운 꽃이 지면 그 자리에 씨방이 생겨 유전자를 전달하는 과정은 신비의 베일에 쌓여있다나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한다눈길을 쉽게 거두지 못한다어느 화가가.. 더보기
큰으아리와 반성 뒷뜰을 손질하다 덤불에 갇혀 꽃을 피운 큰 으아리를 구속에서 해방시킨다제 지체들이 틈바구니에서 악전고투하면서도 개화한 꽃잎이 접히고 눌려있다가 내 가벼운 손길을 고분고분 받아들인다잎이 햇빛을 가리지 않게 꽃 뒤로 돌려주고 이리저리 뒤틀린 줄기를 바르게 펴 준다연미색 드레스를 입은 꽃 네송이가 비로소 꽃이 되고 방긋 미소를 보내온다처음 대면했을 때 고운 자태에 마음이 홀린듯해서 뒷뜰 펜스 아래에 심어놓고 몇 해동안 교감하며 기뻐했었는데 이번에는 이런 고초를 당하는지도 몰랐다사람 마음이 한결 같지 않으니 내 불찰이구나 더보기
축제의 5월 오월은 자연의 축제다이 아침에 마음이 한가한 사람에게는 새들의 지저귐이 축제의 한 부분으로 공연을 한다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새들이 합창한다목소리가 기름지고 쾌활하며 원기가 솟아난다 저들의 성대에 걸린 현이 어떻게 작동하길래 저렇게 다양하고 청아한 음색을 만들까?내가 온통 알 수 없는 것들을 신비만이 해결해 주고 나는 감동한다새들이 이 쪽 저 쪽에서 주고받는 교신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동종의 새들끼리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교신을 저렇게 아름다운 음으로 소통하고 있다암수간인지, 연인간인지 집단 구성원간인지 궁금해 하기도 하는데 인간다운 호기심이다새들은 함께하기를 좋아한다 새들은 함께 하늘을 날며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한다오월 아침의 열린 가무회다나는 유일한 구경꾼이고 찬미, 찬양한다 더보기
생채기 하나의 가르침 손에 난 선명한 생채기 하나삶은 타자와의 교전이라는 진실을 일깨운다어제 초피나무를 캐서 옮기는 일에서 발생한 가벼운 부상이지만 타자의 입장으로 보면 명백한 저항이고 투쟁이다제 유일한 무기인 가시를 몸에 촘촘히 박아 생존을 수호한 처절한 방어였던 것이다주택 주변에 초피, 엄나무, 장미, 엉겅퀴, 오가피와 같은 가시를 장착한 풀과 나무들이 있다가시와 같은 방어 수단만이 아니라. 독을 지닌 식물들도 적지 않고 변신으로 종을 보호하는 것도 있다자연상태는 생존과 죽음이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자연이 늘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그것보다 근원적인 것은 살려고 하는 의지로 충만해 있다는 것이다그리고 그런 의지를 가진 자연물에는 가치의 등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역시 예외적인 존재일 수 없다생채기 하나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