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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사월 초하루에 사월이 시작된다 달력 한 장을 찢어낸다 지난 한 달 31일을 소비한 것처럼 지난 과거로 밀어넣고 새 달을 맞는다 태양력에는 인류의 누적된 지혜가 담겨 있다 태양의 공전과 관련된 지식들만이 아니라 일정한 주기별로 새로운 시작과 종결을 하도록 하는 실천적 미덕이 담겨있기도 하다 일년을 열 두달로 나누고 한 달을 서른 전후로 나누고 하루를 낮밤 24시간으로 나누는 등의 분할법을 차용한다 영원한 시간을 관리하는 인간의 지혜가 놀랍다 대나무를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마디마다 잔 가지들과 잎들이 나오는 방향과 갯수들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마디마디로 나누어지는 분할과 전체적 통합이 엄밀한 질서에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새 달, 새 하루가 내 삶의 말랑말랑한 질료가 된다 이제 화목 난로의 연통을 청소하고 밭.. 더보기
개나리 아가씨 고택 돌담 위로 얼굴을 내민 개나리 아가씨 담장 너머로 목을 쭈욱 빼고는 과객과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으며 손을 내민다 춘삼월 호시절에 노란 원피스 차려 입고 흥에 겨우니 그냥 지나친다면 남정네도 아니다 더보기
돌단풍 돌단풍 뿌리덩이에서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생명의 기운 정수리로 솟구치며 환호성을 지르며 봄을 찬양한다 더보기
수선화의 아름다움 봄이 오면 산에 들에 나무들이 새 잎을 달고 자라며 무수한 꽃들이 피어난다 이 한적한 산골이지만 자연친화적 입장에서는 생명들의 축제이며 아름다움의 경연장이고 학습장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의 본질은 어떤 것일까? 영국의 미학자 에드먼드 버크의 이론에 공감한다 부드럽고 유연한 윤곽선, 밝고 투명한 색채, 아담하고 매끄러운 느낌에서 관찰자는 신경생리적으로 긴장이 이완되고 쾌적한 기분을 갖게 된다 이런 감정이 대상에 몰입하게 되고 더 가까워지려는 친교의 본능을 일깨운다 봄기운이 무르익자 수선화가 제 존재를 드러낸다 아담한 체구에 노란옷을 입은 수선화가 긴 겨울의 동토에서 인내하다가 드디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화무십일홍이라는데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할런지 인간적인 욕망을 꽃에 투사한다 더보기
머위 한 바가지 십년 가까운 예전에 집 주변에 있는 머위를 집 뒷 쪽에 있는 취수원에 수십 포기를 옮겨 심었었다 물이 약간 흐르는 그늘진 개울가라 잘 번식할 것이라 여겼는데 과연 머위 씨앗이 바람에 날리고 뿌리가 왕성하게 번식하고 있다 머위는 제 왕국을 확장하는 투사와 같다 뒷문에서 백 미터나 될까한 가까운 곳인데 올라가 보니 머위가 새 잎을 내며 기세가 왕성하다 꾹꾹 눌러서 바가지 한 개를 가득 채워 온다 며칠 후에는 자른데서 새 줄기가 나올 것이다 이만하면 서너 끼는 충분한 반찬감이다 자족하는 즐거움이 적지 않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는 단순하고 소박한 일상은 욕심없는 청정무구한 삶의 실천이다 돌아오는 길가에 이름을 모르는 작은 새 두마리가 유희 중이다 방해하지 않으려고 걸음을 멈.. 더보기
머위 한 소쿠리 오늘은 온화한 봄날씨다 오전 운동을 마치고 집 주변을 기웃기웃 살피니 머위가 곳곳에서 작은 잎을 펴서 봄 기운을 받아들인다 아직은 어리지만 이 때가 제일 머위 맛이 좋다 데쳐서 초장에 찍어먹거나 머위 무침을 하면 쓴맛에 머위향을 맛보게 된다 오늘 저녁에 초등 동기들 삼겹살 파티를 한다는데 머위를 캐서 데쳐 가야겠다 생각하니 기쁨이 솟아난다 시장에 가면 머위를 살 수 있지만 그 머위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채취하는 과정의 독특한 체험이 있기 때문이다 봄의 온기를 온 몸으로 받으며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작은 노력으로 나물 반찬 한가지를 보태는 이 소박한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다 더보기
뽕나무 제거 주택 주변에 자라는 뽕나무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방치를 하니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돌 틈에서 자라니 뽑아낼 수도 없고 베어내도 새 가지를 내니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 나무를 자르고 드릴로 구멍을 뚫은 후에 바스타 원액을 조금씩 넣는다 돌담 틈에서 자라던 뽕나무는 수난을 당하는데 옆에 있는 조팝나무는 새 움을 틔우며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지척지간인데 둘의 운명이 정반대다 더보기
문그로우를 심으며 문그로우를 심는다 어린 묘목 30그루다 주택 뒷쪽에 철망 펜스를 둘렀지만 생울타리로 이 나무를 선택한 것이다 은청색으로 은은한 달빛을 띤다고 붙여진 것이다 농원에서 성목이 된 나무는 비용도 많이 들고 수송하기도 쉽지 않지만 어린 나무를 심고 자라는 과정에서 손길과 눈길을 주며 소통하고 동반하는 과정을 누리기 위해서다 좋은 자연 환경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조경하는 것은 사치에 가까운 것이다 네가 한 살 때 입양했지 키는 한 뼘, 가슴둘레는 나무 젓가락 굵기의 바싹 마른 체형이었지 택배 상자에 30포기가 실려왔을 때가 첫 만남이었지 네 태어난 곳은 충북농원인데 삽목으로 대량번식했지 나무를 심는 사람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다 지금은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3년 후, 5년 후, 10년 후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