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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투마리와 우슬이 활개 치는 밭 처가에 가서 블루베리와 정원수 전정을 하고 온다 블루베리 밭에 부직포를 덮었지만 빈 틈을 비집고 뿌리를 내린 우슬(현지인들은 쎄물팍이라 부른다)이 블루베리 뿌리와 뒤엉켜 번성하고 있어 뽑아내야 하는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게다가 밭 한 켠에는 아주까리 씨앗만한 크기에 온통 돌기로 무장한 도투마리까지 세를 확장하는 중이라 밭의 미래가 훤히 내다보인다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는 무정부주의, 자유의 땅을 향해 나아간다 부지런한 주인의 통치 하에서는 발도 들여놓을 수 없는 이 유랑 식물들은 사람들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밭두렁이나 황무지를 터전으로 살아간다 그런데도 주택 앞마당의 밭에 버젓이 점유하여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거드럼을 피우며 살아가니 주인장이 도인이 아니면 일 솜씨를 알만하지 않은가? 하하 90이 목전인.. 더보기
장모님의 항나무 처가의 현관 앞 향나무가 무성히 자라 지붕을 덮고 그늘이 져서 전정을 하려고 했지만 장모님이 허락을 하지 않아 미루어 오던 일을 이번에 감행한다 요즘은 몸져 누워 있으니 예전에 비해 기운이 약해진 틈을 이용한 것이다 '아이구 허리야!'를 요즘 입에 달고 사는 장모님이 두 딸 내외가 바깥에서 일을 하는 걸 그냥 두나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비리의 현장을 적발한 것처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허락도 없이 저희들끼리 하는 일이 못마땅하여 심사가 뒤틀린 것이다 이 집안의 성주나 다름없는 당신의 주권을 건드려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날도 저문데 이제 그만 하라며 의욕이 넘치는 사위의 선의는 안중에도 없다 장모님은 정원수라는 개념보다는 자연수라는 생각을 하신다 나무는 자연적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지 인공으로 가꾸는 것에 .. 더보기
묘목시장에서 이제 겨우 처음으로 눈을 뜬 어린 나무들 이름표를 달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고개를 쭈욱 빼고 있다 제 발로는 갈 수 없어요 누가 날 데려가세요 첫 걸음만 동행해 주세요 우리는 사람을 섬기지는 않아도 늘 그 자리에 서 있죠 언제나 당신이 원하는 그 곳에서 동행이 되어 드리죠 우리가 섬기는 것은 오직 하늘 우리는 두 팔 벌려 기도하며 하늘로 발돋움하죠 더보기
블루베리와 세대 교체 블루베리 전정을 하다가 스쳐가는 단상들이 있다 블루베리는 관목 식물인데 원줄기와 가지의 구분이 없다 비유를 한다면 나무의 일원적, 중심 체제가 아니라 다원적이고 집단 체제 같은 구조다 뿌리에서 많은 줄기들이 나오는 블루베리는 하나의 주간이 아니라 여러 줄기들이 서로 경쟁하며 무리를 이룬다 여러 줄기들은 저마다 몇 해동안 왕성하게 자라고 열매를 맺다가 노쇠해지고 열매도 보잘 것 없어진다 그래서 세대 교체를 하는데 늙은 줄기를 제거하고 새로나온 줄기 중에 세력이 좋은 것은 키우는 것이다 전지를 할 때 나무의 중심부는 공간을 두어야 볕과 통풍이 잘 된다 그래서 중심부로 향하는 가지는 자르는 게 기본이다 세대 교체! 자연의 섭리는 엄중하고 단호하구나 모든 생명체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원리로구나 여러 해 전 블루베.. 더보기
오함마 자루가 부러지고 나무를 심기 위해 두어 평 정도되는 콘크리트를 깨다가 뒷통수를 한 방 세게 맞았다 오함마 쇠뭉치가 부러진 자루에서 이탈해 내 머리통에 떨어진 것이다 머리가 띵하고 피가 났지만 병원에 갈만큼은 아니다 오함마의 위력은 쇠의 강도도 있지만 강력한 휘두름이 크게 작용한다 짧은 자루로는 큰 힘을 쓸 수가 없다 오함마의 아킬레스근은 쇠붙이에 끼어진 부분의 자루다 외부의 힘이 도구에 전달되며 발생하는 충격을 오롯이 견뎌야 한다 이런 것을 경험으로 잘 알지만 허술한 안전의식을 나무라는 경고의 꿀밤이다 자루야 미안하다 네가 부상을 당한 벌로 나도 뒷통수를 맞지 않았느냐 너를 고치려면 내일은 산으로 가야겠구나 더보기
거리두기 어떤 모임에 불참을 알리는 일이 쉽지 않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사유를 일일이 밝히기도 쉽지 않다 단순한 일이 아니라 복합적인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그런 까닭으로 내심을 표현하지 않고 드라이하게 참석이 어렵다고만 알려준다 이를 궁금히 여긴 이가 전화를 해서 혹시나 무슨 신변에 변화가 있나 싶어 확인을 한다 "잘 지내고 있다"며 얼버무리자 혹시 도를 닦느냐고 반문 하길래 "그래 맞아" 하며 미궁 속으로 밀어넣는다 침묵의 대화라고나 할까? 굳이 속내를 비춘다면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서다 잦은 오프라인 만남이 늘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반가움은 잠깐이고 즐거움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즐거워야 할 대화는 술이 몇 잔 들어가면 왁자지끌해지고 목소리 큰 이가 독점하고 수다판으로 변질된다 귀 기울.. 더보기
산림조합 묘목시장에서 거창읍 산림조합 묘목시장이 부산하다 많은 종류의 묘목들이 봄의 기운을 한가득 안고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공작단풍 한 그루는 목수 친구의 신축 가옥에 선물한다 밑둥이 손목만하고 수고는 190cm 되는 나무인데 새 집에 잘 어울릴 것 같다 내 밭에 심을 체리나무 두 그루(라핀, 타이톤)와 엄나무 세 그루도 구입한다 오늘은 뒤쪽 울타리목으로 심을 에메랄드 골드 30그루가 도착할 것이다 나무는 희망과 미래를 심는 것이다 더보기
고송 한 그루 고송 한 그루, 명품이라며 모든 걸 돈으로 환산하는 상업적 가치매김으로 12억이라던 나무라 사람들은 눈을 번쩍 뜨며 관심을 기울인다 가만히 보니 몸통이 열 번 이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무슨 연유로 저렇게 굴곡져 있을까? 분재용으로 철사를 걸어 만든 것이라면 오랜 시간이 걸려도 가능한 일이겠지만 자연적으로 저런 모양이 되기는 어렵다 태풍이 아무리 휘몰아쳐도 뿌리가 뽑힐지언정, 가지가 부러질지언정 몸통을 돌릴 수 없는 것이 상식이다 모든 나무들은 하늘과 가장 친밀하고 가장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한다 볕을 받아 자양분을 만들기 위해 팔을 뻩친다 그래서 나무들은 직립하며 위로 자란다 위로 향하는 기세가 가장 강하고 그것은 생명의 권력 의지가 된다 구부러진 것은 뿌리가 제대로 발을 뻗을 수 없거나 대개는 곁가지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