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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마라톤을 보며 서울에서 마라톤이 열리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우리의 선수들이 도로를 달린다 차량들은 기꺼이 도로를 양보하여 우회하며 이 축제를 간접 지원한다 선두 그룹에는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온 선수들인데 아마도 전문 마라토너로 특별 조련을 받으며 출세와 돈방석에 앉는기회가 될 것이다 현재 선두 그룹은 여섯 명인데 긴 다리에 검은 광택이 빛나고 팔은 가늘고 길다 몸의 근육들은 오로지 달리기 위해 최적의 상태로 발달한 것이다 한 명이 뒤로 쳐지며 이제는 선두에 다섯이 달리고 있다 이 치열한 경쟁은 피니시 라인에서 비로소 등위를 매기며 끝이 날 것이다 두 시간이 지났는데도 선두의 선수들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달리는 자세의 변화가 없다 입이 벌어지지 않고 몸이 흔들리지 않는다 동기를 부여하고 훈련을 소화하며 작전을 세우는 두뇌,.. 더보기
문그로우를 심으며 문그로우를 심는다 어린 묘목 30그루다 주택 뒷쪽에 철망 펜스를 둘렀지만 생울타리로 이 나무를 선택한 것이다 은청색으로 은은한 달빛을 띤다고 붙여진 것이다 농원에서 성목이 된 나무는 비용도 많이 들고 수송하기도 쉽지 않지만 어린 나무를 심고 자라는 과정에서 손길과 눈길을 주며 소통하고 동반하는 과정을 누리기 위해서다 좋은 자연 환경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조경하는 것은 사치에 가까운 것이다 네가 한 살 때 입양했지 키는 한 뼘, 가슴둘레는 나무 젓가락 굵기의 바싹 마른 체형이었지 택배 상자에 30포기가 실려왔을 때가 첫 만남이었지 네 태어난 곳은 충북농원인데 삽목으로 대량번식했지 나무를 심는 사람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다 지금은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3년 후, 5년 후, 10년 후에.. 더보기
어리석음과 현명함 사이 온 힘을 다해서 오함마질을 열 번 이상 해야 손바닥만한 콘크리트가 깨져 나온다 헉헉^^ 숨이 차올라 지속적으로 오함마질을 하기도 어렵다 사람들이 내막을 알면 나를 바보라고 할 것이다 자기 토지 20여 평을 근 20년동안이나 뒷집이 사용하도록 하고 허락도 받지 않고 설치한 콘크리트를 원상 회복 하느라 저 고생이니 쯧쯧......... 두어 평 정도를 며칠동안 깨내는 중인데 며칠 전에는 자루가 부러진 쇠뭉치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기도 했으니 바보가 아닌가! 남들이 볼 때는 그렇지만 당사자인 내 생각은 다르다 뒷집 노인은 먹고 살려고 인척의 땅에서 소 두세 마리를 키우며 살았고 나는 우분 냄새를 견디며 살았다 고향의 선배이자 가난한 이웃에게 선의를 충분히 베풀었으나 재작년부터 펜스를 쳐서 경계를 분명히 하자.. 더보기
도투마리와 우슬이 활개 치는 밭 처가에 가서 블루베리와 정원수 전정을 하고 온다 블루베리 밭에 부직포를 덮었지만 빈 틈을 비집고 뿌리를 내린 우슬(현지인들은 쎄물팍이라 부른다)이 블루베리 뿌리와 뒤엉켜 번성하고 있어 뽑아내야 하는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게다가 밭 한 켠에는 아주까리 씨앗만한 크기에 온통 돌기로 무장한 도투마리까지 세를 확장하는 중이라 밭의 미래가 훤히 내다보인다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는 무정부주의, 자유의 땅을 향해 나아간다 부지런한 주인의 통치 하에서는 발도 들여놓을 수 없는 이 유랑 식물들은 사람들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밭두렁이나 황무지를 터전으로 살아간다 그런데도 주택 앞마당의 밭에 버젓이 점유하여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거드럼을 피우며 살아가니 주인장이 도인이 아니면 일 솜씨를 알만하지 않은가? 하하 90이 목전인.. 더보기
장모님의 항나무 처가의 현관 앞 향나무가 무성히 자라 지붕을 덮고 그늘이 져서 전정을 하려고 했지만 장모님이 허락을 하지 않아 미루어 오던 일을 이번에 감행한다 요즘은 몸져 누워 있으니 예전에 비해 기운이 약해진 틈을 이용한 것이다 '아이구 허리야!'를 요즘 입에 달고 사는 장모님이 두 딸 내외가 바깥에서 일을 하는 걸 그냥 두나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비리의 현장을 적발한 것처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허락도 없이 저희들끼리 하는 일이 못마땅하여 심사가 뒤틀린 것이다 이 집안의 성주나 다름없는 당신의 주권을 건드려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날도 저문데 이제 그만 하라며 의욕이 넘치는 사위의 선의는 안중에도 없다 장모님은 정원수라는 개념보다는 자연수라는 생각을 하신다 나무는 자연적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지 인공으로 가꾸는 것에 .. 더보기
묘목시장에서 이제 겨우 처음으로 눈을 뜬 어린 나무들 이름표를 달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고개를 쭈욱 빼고 있다 제 발로는 갈 수 없어요 누가 날 데려가세요 첫 걸음만 동행해 주세요 우리는 사람을 섬기지는 않아도 늘 그 자리에 서 있죠 언제나 당신이 원하는 그 곳에서 동행이 되어 드리죠 우리가 섬기는 것은 오직 하늘 우리는 두 팔 벌려 기도하며 하늘로 발돋움하죠 더보기
블루베리와 세대 교체 블루베리 전정을 하다가 스쳐가는 단상들이 있다 블루베리는 관목 식물인데 원줄기와 가지의 구분이 없다 비유를 한다면 나무의 일원적, 중심 체제가 아니라 다원적이고 집단 체제 같은 구조다 뿌리에서 많은 줄기들이 나오는 블루베리는 하나의 주간이 아니라 여러 줄기들이 서로 경쟁하며 무리를 이룬다 여러 줄기들은 저마다 몇 해동안 왕성하게 자라고 열매를 맺다가 노쇠해지고 열매도 보잘 것 없어진다 그래서 세대 교체를 하는데 늙은 줄기를 제거하고 새로나온 줄기 중에 세력이 좋은 것은 키우는 것이다 전지를 할 때 나무의 중심부는 공간을 두어야 볕과 통풍이 잘 된다 그래서 중심부로 향하는 가지는 자르는 게 기본이다 세대 교체! 자연의 섭리는 엄중하고 단호하구나 모든 생명체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원리로구나 여러 해 전 블루베.. 더보기
오함마 자루가 부러지고 나무를 심기 위해 두어 평 정도되는 콘크리트를 깨다가 뒷통수를 한 방 세게 맞았다 오함마 쇠뭉치가 부러진 자루에서 이탈해 내 머리통에 떨어진 것이다 머리가 띵하고 피가 났지만 병원에 갈만큼은 아니다 오함마의 위력은 쇠의 강도도 있지만 강력한 휘두름이 크게 작용한다 짧은 자루로는 큰 힘을 쓸 수가 없다 오함마의 아킬레스근은 쇠붙이에 끼어진 부분의 자루다 외부의 힘이 도구에 전달되며 발생하는 충격을 오롯이 견뎌야 한다 이런 것을 경험으로 잘 알지만 허술한 안전의식을 나무라는 경고의 꿀밤이다 자루야 미안하다 네가 부상을 당한 벌로 나도 뒷통수를 맞지 않았느냐 너를 고치려면 내일은 산으로 가야겠구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