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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금원산 수목원 산책


금원산 수목원을 산책한다

집에서 6km, 수목원 입구의 미폭에서 시작한다

미폭은 현성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도로와 만나는 지점의 비탈 바위에 있는 폭포다

비탈 바위 위를 흐르는 물이 하얀 쌀이 쏟아지는 것 같다고 하여 븉여진 이름이다

먹고 사는 일이 오죽했으면 폭포수 낙하하는 모양이 그렇게 보였을까

격세지감에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다리를 지날 때면 쏟아지는 탄성들.....

계곡 바닥에 깔린 하얀 화강암 암반 위를 흐르는 계류가 방문객들을 맞는다

이 맑고 포근한 풍광에 상상력이 풍부한 이들은 선녀의 치맛자락을 연상할 것이다

안내판에도 선녀탕이라 명명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풍광은 당연히 미화된다

현상계의 사물이나 사태는 우연한 계기에 의해 어떤 이름이나 이야기 등으로 마들어져 전승된다

당대의 문학적 상상력이나 인구에 회자되는 설화 등으로 가공된다

현상이 이상으로 가공되는 것이다

 


수목원 입구에서 선녀탕을 지나 2,3분 정도를 걸으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오늘은 수목원으로 가는 왼쪽 길을 택한다 도로는 계류를 따라 올라가며 경사도가 급해진다

포장된 차도보다는 자연스레 형성된 등산로를 따라 걸으며

눈과 귀는 계곡의 다양한 풍치와 흘러가는 청아한 물소리에 속진을 씻어낸다

 

돌의 나라라고 해도 좋겠다

입구의 현성산이 군데군데 거대한 바위 비탈이더니 계곡에도

거대한 바위들이 구르고 부서지며 그 틈으로 계류가 아래로 아래로 급히 흐른다

바위암반 위를 미끄럼 타듯 흐르다가 바위의 틈새를 애무하듯 어루만지며

물과 돌이 어우러져 무용과 음악이 된다

바위와 물은 서로를 상생하는 환상의 관계로구나

그러니 저리도 맑고 아름답구나

 


계곡이 빚어내는 흥취는 역시 폭포이리라

자운폭포와 유안청 폭포는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물의 요정들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풍경이다

초겨울이라 왕성하지는 않지만 물은 순례자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며 찬가를 부른다

대양을 향해 스스로 낮아지며 아래로 스미고 흐르는 물은 진실한 진리다

 

계곡은 산의 응달진 주름살이요 겨드랑이요 음습한 눈물샘이다

계곡에는 늘 낮아진 것들과 낮아지려는 것들이 모이고 모여 유연하게 아래로 향하는 것이다

봉우리의 단단하고 강한 돌마저도 장구한 세월에 풍화되어 갈라지고 부서지며

굴러굴러 내려온 바위의 내력을 깨닫게 된다

높은 것은 낮아지고 강한 것은 약해지며 억센 것은 유연해지며 만물은 무상하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선인들의 발자취에 솟아나는 호기심이 생긴다

이곳에 지방 향시를 준비하는 거창유씨들의 공부방이 있었다고 한다

문바위 쪽의 길을 따라가면 지제미골에는 민가가 있었다 그

들은 산인의 강건함과 산천이 도야시킨 선하디 선한 기질과 품성을 가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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