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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거창인들의 특이한 발음

나의 향토 사랑의 출발점은 지명유래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지명은 한 고장 사람들이 정한 땅의 이름으로써 오랜 세월에 걸쳐서 형성된다

 

지명은 역사적 유래나 설화 그리고 자연 지형적 특성이나 풍수지리설 등이 반영되어 있다

지명을 앎으로써 선조들의 삶과 사고방식, 세계관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지명이 오랜 세월에 걸쳐 구전되는 과정에서

음운현상이 생겨 한자어의 본래 뜻을 잃고 소리나는대로 사용되는 수가 많다

다수의 민중들은 한자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고향에 귀향하면서 몇몇 지명의 사례를 들어본다

 

미니실은 면우실의 다른 이름이다

소가 잠을 자는 형상이라니 평화로운 목가적 마을 분위기가 풍겨온다

거창인들은 예전부터 복모음 사용을 단모음화하고 받침을 탈락 시키는 현상이 잦다

면의 ㅕ는 ㅣ로 단순화하고 받침인 ㄴ은 ㅜ를 ㅣ로 바꾸어 니로 발음한다


 

씨악실은 소학실의 다른 이름인데

거창인들은 소학실이라는 한자 지명이 오히려 어색해하고 씨악실로 부른다

학이 둥지를 튼 골짜기 마을이라는 평화로운 분위기와 장수의 상징이 반영된 것이다

거창인들은 둥지 소를 시로 발음하고 된소리화하여 씨가 되고 학은 악으로 발음하여 씨악실이 된 것이다

 

그러니 미니실로 읽고 면우실로 의미를 새기고 씨악실로 읽고 소학실로 의미를 새기면 좋을 것이다

한자를 모르고 부르는 지명은 내용을 모르고 이름만 부르는 안타까운 일이다

한글 전용은 우리 문화의 근본에 대한 도전이라 나는 반대한다


 


거창인들은 이름 자의 「종」을 「지」로 발음했다 우리 마을의 또봉 씨를 늘 또비라 했다

 

병곡은 빙기실이란 다른 이름이 오히려 정겨워 일부러 사용하기도 한다

병을 빙으로 발음하는 것은ㅕ란 복모음을 ㅣ로 단순화 하는 현상이다

곡은 ㅗ를 ㅣ로 단순화하고 받침인 ㄱ은 탈락 시킨다

 

씨악실 옆마을에 장백마을이 있다

거창인들은 장배기라고 부른다

백의 받침인 ㄱ을 탈락 시키지 않고 ㅣ를 첨가하여 장배기라 부른다

 


갈계를 치내라고 부른다

칡갈 자를 받침을 탈락 시키고 냇가를 의미하는

계를 우리말인 내로 불러 치내로 부르는 것이다

 

00댁을 거창인들은 00띠기라고 발음했다

ㄷ이 된소리화하여 띠로 받침인 ㄱ을 첨가한ㅣ와 합하여 기로 발음한다

 

단편적인 음운현상을 살펴 보는 이런 일이 향토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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