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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수승대 돌거북

 

덕유산이 빚은 뛰어난 경치가 많지만

수승대만한 절경이 있으랴.

태고의 신비와 선현들의 발자취가 스민........

 

수승대의 가장 중심이 되는 테마는 단연코 거북이다.

장수를 산징하는 신령스런 동물인 거북의 형상.....

거대한 바위가 살아서 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거북 바위에 붙여진 이름도 수송대, 암귀대 수승대,모현대 등으로 불리며

수승대의 전설은 이어진다.

거북이 헤엄치며 노는 연뭇이라 하여 귀연 (龜淵)

100미터 지점 아래의 복귀암(伏龜岩),

200여미터 아래에는 근심을 씻는다는 의미의 척수암(滌愁岩)이

또 하나의 거북 바위,

북쪽으로 50여미터 지점에는 거북등의 형상을 한 자고암(고란초가 자란다는)과

약어담(물고기가 뛰는 못이란 의미의)

500미터 북쪽 지점에는 별암(자라바위)과 용문담이 있다.

 

그리고 귀암과 귀연이 있는 계곡과

그 주변 마을인 황산까지를 합쳐서 구연동이라고 한다.

또한 구연동은 요수 선생의 장수지(학문을 탐구하고 수양을 하던 곳)라

척수암 남쪽 암벽에는 요수동문이라고 새겨져 있다고 한다. 

 

 

거북 바위를 바라본다.

입을 벌리고 갈라진 등에

뿌리 내린 소나무 수십 그루를 짊어지고.......

북쪽으로 움직이다가 머리를 서쪽으로 쳐들고

다시 구연으로 잠기는 형국이 아닌가?

평평한 거북등.........

그 등에 올라 풍류를 즐기던 선인들은 가고

그들의 음유시는 솔바람을 타고 역사의 귀안길로 사라지고

거북을 사랑한 솔씨들만이 바람의 등을 타고

갈라진 거북등에 날려온 고운 흙 고이 받아

싹을 틔웠다.

 

장하다. 아름답다. 

 

 

 

이 그림을 처음보는 사람 중에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어떤 언어나 몸짓으로  표현할까?

 

이 돌거북을 보고.......

살아있는 것 같지않은가? 

 

 

 

 

 

 나의 산책로 중의 하나......

나는 은혜로운 땅에서 태어난 우연한 운명과

보잘 것 없지만 문화적 소양과 

미적 감성을 키워 온......

충만한 행복으로 바라본다.

 

옥빛 소에 내가 먼저 잠기고 싶은......

 

 

 

 

 

거북의 등......

완고한 돌이 제 살을 열고

그 갈라진 틈에 부리 내린 노송들

 

 

 

 

풍류객들을 위해

등 위에 낮은 석축을 쌓고 .......

 

 

 

 

귀연 건너 편의 요수정

20대 초반에 부모님은 고향을 떠났다.

30여년이 세월이 흘러 50대 중반 어느 날

나는 요수정 난간에 기대어 오랫동안 저 바위를 바라보았었다.

 

그 당시의 내 심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글 한 편.........

 

 

수승대 돌거북

 

 

 

 

이보게!

수승대 돌 거북 한 마리 보았는가?

여지껏 발걸음을 떼지 않던 느림보 거북 말일세.

 

 

귀향 준비 겸 고향 가는 길

오늘 樂水亭 난간에서

나는 돌 거북의 미동을 보았네.

 

부르튼 세월을 등에 업고

각질마다 음각으로 한을 새긴 채

구연 청정한 소에 발을 내딛고 있었네.

 

 

갈천동 강정으로 향하는 걸 보면

억겁을 기어서라도

모천으로 회귀하려는 것인지.

 

 

 

 

 

 

나는 굽은 소나무를 사랑한다던

정호승 시인의글이 언뜻 생각난다.

얼마나  힘들고 괴롭고 아프면

그리고 얼마나 장구한 세월을 견뎌야

굽은 소나무가 되는가?

 

그리고 굽으면서도

푸르럼을 잃지 않으려면

얼마나 기도하듯 살아야 할 것인가? 

 

 

 

 

 

 

고통은 이제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저무는 하늘에 잠기는.....

 

 

 

 

 

이제 나무와 바위는 한 몸이다.

나무는 어느새 바위가 되고

바위는 나무가 된다.

 

 

 

 

 

노송들은 바라 보았으리라.

선인들의 숱한 발걸음을

부침하는 인간의 숱한 영욕을 

 

 

 

 

 

내가 바라보는 이 풍경은

한낱 꿈이 아니던가 .......

꿈 속에 내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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