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을 꿋꿋하게 견딘 생명들이
파란 잎을 열고 꽃을 피우며 봄을 찬미한다.
이런 사소한 일상에
기적 같은 일이 있었다니.....
바라보며 느끼며
나는 비로소 눈을 뜨고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충만한 희열에 노래하나니.....
이 생명의 축제에서 환희와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나의 봄은 벌써 끝났으리라.
기린초는 매우 강건하다.
서로를 꼭 껴안고 마디마디마다
노오란 별 같은 작은 꽃들을 피우기 위해
봄 기운에 흠뻑 젖어있다.
울진 왕피천에서 십여년 전에 한웅큼 가져 온
돌단풍
바위의 갈라진 틈에도 뿌리를 내리고 사는.....
부풀어 오른 작은 눈망울이 툭 툭 터지며
하얀 작은 꽃들이 우루루 세상으로 튀어 나오리라.
할미꽃은 청순한 소녀처럼 수줍다.
아침 이슬에 젖은 소녀의 입술을 바라보는
나는 천하를 얻은 것처럼 행복하다.
그러나 그 청순함은 오래가지 않으리니.....
원추리가 하루 이틀새에 한 뼘은 자란 것 같다.
저 좁은 바위 틈새에서 아름다움을 연출할 배우처럼
빈 손에서 노란 꽃 몇송이를 만들어내는 마술사처럼.....
겨울에는 죽은듯 털끝 하나 보이지 않던......
금낭화가 무성한 기운으로 꽃망을을 맺고 있다.
그 가녀린 가지에 초롱초롱 피워낼 작은 등불은 얼마나
나를 깊은 미적 관조에 몰입케 할 것인가?
봄이면 아무데서나 가리지 않고
꽃을 피우는 흔하게 보는 꽃이지만
자연은 차별하는 법이 없다.
산괴불주머니가 왕성한 기운으로 피어난다.
병아리처럼 망울망울 눈을 뜬 산수유꽃이
바라보는 이 작은 마을.
봄은 따뜻하다. 따뜻한 것은 노랗다
.
초롱꽃 어린 잎들이
밝고 해맑은 얼굴로
쑥쑥 자라서
어떤 길모퉁이에서
초롱불을 밝히며
나를 기다릴 것이다.
그 불빛의 영접을 받는
나는 얼마나 고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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