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둔 밭을 일군다
금년들어 첫 산비둘기 구구대는 소리가 새 봄을 노래하는 날이다
쑥대밭이라 엄두를 못내다가 이번에 용기를 낸 것이다
대나무 뿌리와 칡뿌리가 뒤엉킨데다 쑥과 띠까지 경쟁하듯 자라고 있고
땅 속에 돌까지 많다
곡괭이로 땅을 뒤집어 엎는다
밑에있는 돌부리를 찍을 때는 파열음에 자루가 제 몸을 떤다
주인의 의지와 힘에 조종되는 묵직한 곡괭이는 땅을 뒤엎어버리는 강력한 도구다
이 묵혀둔 땅은 바야흐로 신천지로 가는 개혁이 시작된다
나는 산생(産生)이란 의미를 묵상하며 노동의 참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한다
서로 같은 것끼리는 새로운 것을 생산하지 못한다
서로 다른 음이 섞여 아름다운 음악이 되고
오미가 섞여 맛있는 음식이 되고
서로 다른 색이 섞여 아름다운 그림이 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해야 자식을 생산하고
서로 다른 사상이 만나 새로운 사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산생의 이치다
이 쑥대밭에도 산생의 이지는 유효하다
쑥대밭의 현상태를 부정하고 새로운 가능태를 지닌 땅으로 변혁 시킨다
내 능동적 의지와 근력이 뿜어내는 힘이 투입된다
묵은 밭은 대나무와 칡과 쑥의 기득권을 묵인하는 것이고
개혁은 기득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그러나 잔존 세력의 기득권은 완강히 저항한다
땅을 무자비하게 찍는 쇠붙이의 완력에 저항하던 돌이 부서지며 무릎을 꿇고 만다
한뼘 지하로 세력을 확장한 대나무의 강력한 지하경이 실체를 드러내며 소탕된다
지하로 깊숙히 침투한 칡뿌리 조직도 집요한 색출 작업에 전모를 드러내며 뽑히고 만다
기존의 강력한 세력들이 소탕됨으로써 땅은 새로운 생산을 할 수 있게 텅 비어진다
땅 속 깊은 곳에 억눌려 냉가슴을 앓던 단단하고 차가운 흙을 뒤집어 올린다
얼마나 오래도록 기다렸을 축복인가!
눈부시도록 찬란한 햇빛과 몸을 파고드는 따뜻한 햇볕에
흙은 원기를 복돋운다
흙이 심호흡을 하며 상쾌한 공기를 한껏 흡입한다
흙이 서로 섞인다 대지의 새 이웃을 만나 신선해진다
흙 사이에 잘 숙성된 거름이 섞이고 서로의 사이에 신선한 공기가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킨다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것들이 섞임으로써 땅은 새 생명을 품을 가임 여성이된다
땅 속 깊이 뿌리내린 칡이며 대나무 뿌리가
기득권이 얼마나 고질적 병폐로 근절하기 어려운 가를 생생히 보여준다
대지의 여성은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정갈하고 원기있는 모체로 자기 정화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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