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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금원산(문바위, 지재미마을, 가섭암지)

 

 지재미 마을로 가는 대문 같은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가

 지재미 입구에 버티고 섰다.

 

 

 예나 지금이나

 한 걸음도 옮기지 않고

 버티는 바위의 자존에

 

스쳐가는 나는

옷깃을 여민다.

 

 

 

 

 

터줏대감은 아니리라

위에서 분명히 굴러온 돌이다.

이곳 일대를 두루 살피다 보면

확신이 간다.

다만 알 수 없는 것은

언제 굴러온 돌인지

 

 

그리고

왜 왔는지?

 

 

또 언제 어디로 갈런지........

 

 

 

 

 

 

세월이 씻긴 바위의 얼굴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바위는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인가?

 

 

지재미 원 마을일 것이다.

지금은 한두 가구이지만

옛날에는 한 마을이 되어

 

바람을 병풍처럼 막아주는 

포근한 요람에 쌓여

 

금원산 자락을 일구며 살았으리라.

 

 

 

 

 

 

지제미의 겨울

 

지제미 봉우리가 우뚝 솟아 발돋움하는 것은

그 잔등을 타고 늑골 사이를 오가며

볕을 줍고 다니는 나무들을 한눈발치에 두려

 

골짜기 나무들이 지제미 쪽으로 서 있는 것은

남녘 훈풍 가슴에 품어 새 눈망울 틔우려

비 내리는 밤에도 야윈 손 합장하며 서 있는 것은

물안개 바다에 놓일 무지개 다리 건너려

 

용수막 옛집 불도화 한 그루

지제미 비탈 바위에 잔설 바라보며

눈두덩 아직 시퍼렇게 얼어있다.

 

(자작시)

 

 

 

상천 마을의 보물 세 부처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가섭존자는 석가세존이 불도수행의 모범으로 내세운 애제자이다.

절은 형태도 없이 사라지고

다만 바위에 새긴 세 부처님의 모습만을 바라볼 뿐이다.

 

 

 

군데군데 초대형 바위가

오체투지하며 굴러왔으리라.

 

그리고

삼존불에게 억만배를 올리는 것이리라.

 

바위에 새긴 삼존불상을 바라보며

내 마음을 바라본다

스쳐가는 바람 같은.....

머무는 곳이 없는....

우리에게 온갖 고뇌를 안겨주는 ......

 

 

 

 

 

 

 

 

지 재 미

 

 

그 땐 이름도 몰랐어.

아버지 이름을 언제부터 알았는지 모르는 것처럼

늘 바라보던 모습이 얼굴인지 뒷통수인지도 몰랐어.

그곳에 갈 수도 없었어.

비 갠 후 무지개 뜨는 아스라한 곳이기에

먹구름 틈새로 햇살 쏟아지는 눈부신 곳이기에

그러나 늘 눈만 뜨면 큰 산으로 남았던 그곳에

계절이 피고 지며 해가 지고 달이 지며

봄이면 아지랑이 피오르는 연초록 가슴을 내밀고

겨울엔 바위 비탈에 하이얀 잔설 이마에 쌓이고

 

 

(중략)

 

 

 

지제미 없는 금원산은 메아리 없는 공허한 껍데기인걸.

옛 집 마루에 걸터앉은 아이처럼

물안개 휘장 속에 드리워진 지제미를 바라보네.

 

(자작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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