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빙의 왕국을 통치하는 여왕!
내 이름은 혹한이라고 하지 영어로는 호칸
내 이름을 듣기만 해도 사람들은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입술이 새파래지며 전율하지
우리는 지구의 한 쪽 끝 마을에 있지
왕국의 초입은 북극의 에스키모인들이 지키고 있지
거기서 내 애조인 현무를 타고 사흘을 날아가면 얼음으로 막힌 왕국의 정문에 이르게 되지
투명하여 속이 내비치는, 두께를 잴 수 없는 거다한 얼음 기둥이 내 왕국을 떠받치지
팔각 수정이 영롱한 빛을 발하고 천상의 향기를 뿜는 빙화로 만든 왕좌에 내가 앉아 있지
내 옥좌를 호위하는 장수와 요정들은 가공할만한 권능을 지니고 신비의 마법을 갖추고 있지
바람과 빙하와 분설의 세 장수가 거느리는 요정들!
그들은 언제 어디라도 내 멍령을 따라 임무를 수행하곤 하지
우리 왕국은 영원한 꿈과 이상을 수호하려 하지
고결함과 청정함이 왕국의 두 정신적 지주지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패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방법 밖에 없지
악취에 썩어가는 더러움을 몰아내기 위해 풍,빙 설이란 비장의 무기를 보유하고 성능을 높여가고 있지
땅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우리의 궁극적 진리와 이상을 통찰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기적 관점에 동요하며 편협한 판단과 시야로 우리를 혐오로 대하곤 하지
우리 왕국은 빙하기의 황금 같은 전설을 꿈꾸며 역사를 쓰고 있지
왕국의 모든 신민들은 아폴론을 향해 구애와 타협의 이중 전략을 펴고 있지
정면으로 왕국을 바라보지 말고 시선을 곁눈질하듯 대하라며……
저 반대편에 서 있는 혹서의 왕국은 항상 우리의 엉원한 적이지
번성과 성장과 변화를 제일의 원리로 추종하는 세력들이지
저들이 추구하는 세계는 나뭇잎들이 살찌고 과일은 붉고 과즙은 달콤하지 사람들은 나무 그늘에서 옷을 벗고 게으름에 빈둥거리지
그렇기에 부패의 세균이 득실거리지
넉넉한 것은 사라져야 하는 천지간의 도에서 벗어날 수 없지
우리가 추구하는 세계는 그들과는 상반되지
우리는 새로운 생산과 번영의 기치가 아니지
청정하게 보존하고 아끼는 것이지 추악한 바이러스가 생기지 않게, 욕심이 과하지 않게 경계하는 것이지
지상의 사람들은 나를 외경하며 경배하기를 바라지
때때로 나는 세 장수와 요정들을 사람들의 세상에 파견하곤 하지
어제 내 요정들 몇이서 서울을 스쳐갔는데 난리 법석이었지
요정을 호위한 대원들이 수은주를 끌어내리고 폭설을 내뿜으며 요술을 부렸었지
순식간에 문명의 마차들이 대로에서 엉키며 고장난 거북이처럼 신음했지
내 권능의 극히 작은 부분일 뿐인데 사람들은 우리 왕국의 권능에 무관심하며 도발하기도 하지
사람들의 꼴난 지성과 수다스런 입으로 몇십 년만의 추위 영하 00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
우리 왕국의 전설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모아보기를 바라지
그러면 차가운 두 손을 모아 나를 경배하는 사람도 생겨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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