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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고양이는 어디로 갔는가?

 

 야생과 애완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주변고양이(주변인 개념) 이야기

 

 

녀석이 이틀째 제 자리에서 이탈 중이다. 

집고양이가 아니니 가출은 아니고........

먹이 활동은 나에게 의존하고, 다른 생활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녀석이다.

 

 

그와 나의 관계는 주종적 소유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친분관계에 있을 뿐이다.

나는 티가 묻은 그를 싫어하지도 않고,  

내 방으로 데려와서 호들갑스러운 애착에 빠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는 내 발걸음 사이에서 뒹굴거나

식사준비하는 내게 밥 내놓으라고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나는 출타 중일 때 가끔 녀석의 식사를 걱정하기도 하고

애교에 대한 스킨쉽으로 충분히 응답해 주었다.

 

 

이 녀석이 어디로 갔는가?

집히는 구석이 있긴 하다.

아마 암컷과 밀애를 즐기느라 잠시 떠난듯 하다.

삶의 우선 순위에서 어느 쪽이 우선 순위인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수년 전에 진돗개 한마리에게 잘못된 관계 설정으로

이별을 할 때 마음이 너무 아팠던 일이 있었다

그런 학습 효과이기도 하리라

 

나는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동정심이나 상실감으로 마음이 아프지 않으리라.

다만 나에게 의존하던 갸날픈 새끼가 이제

당당히 야생으로 복원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리라.

 

그러나 며칠 내로 녀석은

야웅^^^ 야웅^^^하면서

어미 같은 나를 찾아오리라

 

 

 

 이틀 후

 

식사를 나누기위한 내 부름에

 가늘게 응답해 오는 소리

 

 예전과 달라진 행동들.....

 그가 천천히 와서 반가움으로 살펴보는

 녀석의 꼬리 부위에 살점이 한 점 떨어져

 상처가 빨갛다.

 아! 내 성급한 판단이 미안하다.

 

야생은 항상 생명을 담보로

 하루하루를 긴장과 투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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