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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대봉산 스카이랜드


함양의 대봉산을 오른다
함박눈이 퍼얼펄 내리는 날, 친구들과 함께라서 더욱 즐겁다

선인들은 이 산을 큰 봉황이라 하였다 상서의 기운으로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민간의 소망이 담겨있다
봉은 우리 민족의 의식 속에서 기린, 용, 현무와 함께
사령(四靈) 또는 사서(四瑞)
로 불리며 추앙을 받는 상상의 새다
대봉산이 새의 형상을 닮아서가 아니라 그 상징적 의미로 모든 이의 공통된 소망이 반영된 신화적 발상이다

아무리 과학기술 전성 시대라지만 민속이나 민간 신앙이 허무맹랑한 허위라 일축해서는 안될 일이다
동물원에는 없지만 의식과 설화와 문화 속에서 생생히 살아있는 봉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새지만 그 새가 상징하는 의미는 진실하며 만인의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화와 예술 등에서 실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공식 휘장이 봉황 문양이란 것만으로도 봉황의 상징성은 대단하다

대봉산이 스카이랜드란 이름으로 특화된 관광지로 변모된다
대봉이라는 가상의 문화적 아이콘을 현실에 적용한 기발한 상상력에 박수를 친다
관광지로서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큰 투자를 한만큼 대박을 칠 것 같다  

산등성이에 설치한 모노 레일 위를 오르는 수송차는 봉이 변신한 차량인데 대왕 봉황으로 안내하는 길잡이라 여기면 흥이 난다
모노레일이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는데 느닷없이 등장한 백호가 포효한다
어흥! 나는 백수의 왕이다
사람을 해치는 맹수가 아니라 신령스러운 기운으로 인간사에 개입해 상서의 기운을 전하는 친근한 백호가 사람들을 반긴다

대봉산 오르는 길에는 원시적이고 구수한 이야기가 있다
산신령이 마지막 포스트에서 길손들을 반긴다
신령스렁 바위 앞에서
호쾌하고 후덕한 산신령님이 사람들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기다린다
손에는 산삼 한 뿌리를 들고 함양 산삼축제의 홍보대사 역할도 겸한다

레일을 타고 오르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과 흥겨운 탄성들을 쏟아내며 오르다 보면 어느 새 정상에 이른다
봉의 날개를 타고 오르니 거친 숨을 몰아 쉬지도 다리가 아프지도 않지만 정상에 오른 환희는 덜하다
산 정상에는 쌍봉황이 아름다운 자태로 길손을 맞는다
백설이 난무하는 통에 사방을 조망하지 못했지만 눈 내리는 날의 가려진 풍광이 신비스럽다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매개는 상상력이다
대봉산에 가는 분들은 봉황의 전설에 몰입하는 아이처럼 상상의 유희를 한다면 더욱 흥취를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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