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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눈보라 휘몰아치고

격자창 너머 눈보라가 쇼를 펼친다
바람이 적설에게 다가가 은근한 눈빛으로 유혹을 한다
우리 한바탕 놀아 보지 않으려오
아무 거리낌 없는 창공은 방랑자들의 유토피아,
자유인들의 오아시스라오
천상에서 하강한 백설 님이여
지상에 쌓여 있으니 답답하지 않소이까
내 손을 잡아주겠소
충동만이 존재 이유인 형상없는 이 방랑자와 유희를 즐기지 않겠소
이 손을 잡기만 하면 이 유연한 방향 전환과 강력한 내 근력으로 우리 둘이 펼치는 환상의 듀엣쇼가 될 것이오

형상이 없는 바람의 등에 오른 백설이 회오리 바람을 타고 오르자 바람이 기둥이 되어 회전하며 분설이 솟구쳐 오른다
바람의 끼가 나뭇 잎의 백설을 강한 입김을 불자 분설이 한 방향으로 질주하다가 돌연 방향을 홱 돌리니 이제는 비틀거린다
바람은 날쌔게 창공을 유영하며 분설을 사방으로 흩뿌린다

바람기는 강한 충동만이 자신의 추동력일 뿐이다
남의 시선이나 절제 같은 것은 성인 군자 나부랭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하루를 살아도 여한없이 사는 것은 제 꼴대로 거리낌 없이 사는 것이라 한다

바람과 눈이 합작하는 눈보라 쇼는
바람의 자유와 충동이 백설 배우를 등장 시킨 대자연의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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