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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중간의 지옥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은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유종의 미는 끝맺음을 강조한다
시종의 중요성은 널리 강조되는데 비해 본격적인 중간의 과정은 어떨까?

한라산 등반을 한 적이 있다 시작을 할 때는 충분한 체력과 기대와 설레임으로 발걸음이 가볍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길을 가다보면 초반의 발걸음은 차츰 무거워지고 숨결은 거칠어진다 발길을 방해하는 걸림돌들은 어찌나 많은지 ......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은 왜 그리도 냉정한지.......
성철 큰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삼천배를 바쳤다더니 한라산은 정상의 환희를 맛보는 댓가로 삼만보를 요구한다
이렇듯 시작이 의미있는 종결로 이어지려면 중간 과정은 험난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이 중간의 과정을 지옥이라 표현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결 같아야 한다는 훈계를 돌이켜 보아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중간의 지옥을 견디거나 이겨낼 수 있게 추동하는 방법이나 힘이 없을까?
가장 일반적인 힘이라면 끈기와 인내라는 내면적 추동력이다 자신을 굳게 신롸하면서 끊임없이 솟아나오는 부정적이고 나약한 생각을 떨쳐내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나 유사한 상황에서 내 나름의 대처랄까 다짐을 생각해 본다
우선적으로 내가 처한 상황을 냉철히 객관적으로 직시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힘들고 지루하고 심지어 포기하고 싶은 생각마저도 받아들이며 그런 처지에 있는 나를 제 3자의 입장에서 냉철하게 바라보며 공감하며 조언을 한다

어떤 일에나 중간의 과정은 긴 시간에 걸친 본격적인 전개의 과정이다
초반의 흥미와 의욕은 떨어지고 활성화된 동기가 차츰 상실된다 게다가 중간 과정이 예상을 넘어 힘들고 지루하고 결과에 대한 기대감에 회의가 생긴다

중간 과정의 지옥에서 벗어나자면 시작 지점의 흥분과 활성화된 동기를 유지하고 되살리기 위해 수시로 초심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단조로운 중간의 과정을 좀더 잘게 세분화하여 새로운 시작과 종결을 맛보는 일이다
정상까지 00km, 00분이 남았다는 하나의 단조로운 목표 의식에서 벗어나 식생을 관찰하거나 아름다운 풍경, 등산객들의 취향이나 어떤 경향, 한라산을 소재로 한 글이나 작품 등을 동반하면 지루함과 단조로움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몇 시간만에 돌파해야 한다는 한 가지 성과나 목표에 매달리면 무리하게 되고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정상에 있는 백록담이 가까워지면 언제 그랬냐는듯 엔딩 스퍼트가 일어난다
중간 과정의 고통을 보상해 준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정상의 보람과 환희는 진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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