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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계곡의 시간을 거슬러

냇가에서 혼자 물을 따라 내려가다가 허황된 생각을 한다 나는 참 이상한 사람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시간은 실제로 거슬러 오르지 않지만 가상세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며 기술적 영상으로 증명된다

냇가에 나뒹구는 돌멩이들은 대부분이 모암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라는 확신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다
이 하천의 천변에 초고성능 CCTV를 태고적부터 설치해 놓았다고 치고........
시험삼아 10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한다

하늘의 흩어진 구름이  모이고 그 구름이 다시 원 구름으로 모이며 비가 하늘로 올라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냇물이 위로 흐르고 사람은 뒤로 걷는다
냇물에 흐르던 꽃잎이 제 어미 나무에 매달리고 그 가지에 꽃봉우리가 달리고 그 봉우리가 꽃눈이 되고 나무가 차츰 작아지더니 바위 속으로 들어간다
큰 비가 하늘로 올라가며 하류 물이 엄청나게 불어나 상류로 향하는데 급류에 휩쓸린 돌멩이들이 조금씩 위로 이동을 하고 작은 모래알들은 많이 이동을 한다

다시 되감아 돌리는 기간을  100년으로 설정한다 치고.....
냇가에 멱감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얼굴들, 혹시 할아버지의 모습일지도 오른다
마을 앞 시멘트 다리가 철거된다 그 옆의 고목 한 그루가 차츰 작아진다
모래알들이 갈수록 굵어져 조약돌이 되고 다시 주먹만한 돌멩이가 된다 돌멩이들이 우당탕 거리며 위로 올라가고 모래들은 사각거리며 위로 오른다
가마소 안에 있던 제법 큰 바위 한 개가 폭포를 거슬러 웃쪽 거대한 바위에 올라 붙는다 같은 문양에 떨어져 나온 자리에 딱 맞게 조립된다 큰 바위의 얼굴에 주름이 지워지고 지금보다 팽팽하고 단단하다 아스팔트 도로가 철거되고 자갈길에서 부역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1000년 전으로 셋팅을 하여 되감아 돌려본다고 치고.....

창선 뒷산의 장군봉이 주름살이 메꾸어진다 산비탈에 미끄러지던 날선 바위들이 산을 오르다가 장군봉에서 모서리를 맞추고 있다 냇가에 화강암 바위들은 많이 매끈한 모습이고 바위에 오른 수달래는 많이 적다 냇가의 신작로는 오솔길로 변한다 마을이라고는 겨우 몇 가구만 있고 지게를 진 사람이 보인다 차림은 허술하나 눈망울은 맑다

시간 되감기 속도를 빠르게 하여 과거로 되돌아 간다 만년 전으로......
하늘의 달빛은 맑고 별빛은 영롱하다
사람의 흔적도 길도 마을도 없어진다 다만 나무들이 끊임없이 살고 죽기를 반복하고 계절은 변함없이 역으로 되돌아 간다
하류의 모래는 상류로 올라가고 날이 선 돌멩이들이 많다
사선대 바위가 통바위로 매끈하다
예전과 다르지 않게 수량은 많은데 물길이 많이 바뀐다
바위 얼굴은 갈수록 젊은이 같이 매끈하고 단단하다

이제 그만 돌려보기로 하며 상상의 나래를 접는다
끝까지 돌려볼수록 하천은 옛 모습을 회복하여 맑고 바위는 젊어지고 물소리는 청아해진다

돌멩이들은 시간의 강을 흐르는 순례자다  구르며 갈라지고 깨지고 낮아지며 영원한 순례의 길을 간다
태초의 생성에서 지금까지 영겁을 두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산에 있는 바위도 끊임없이 풍화되어 분신으로 나누어지고 아래로 굴러 내려 낮은 곳으로 구르다가 하천에 구른 돌은 물의 도움으로 물의 성지인 대양에 이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는 그 길에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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