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월성계곡 수달래(10)

철쭉은 산에서 자라고 피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물가에서 피는 철쭉은 물, 바위와 함께 어우러지는 독특한 경관으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 수달래란 예쁜 이름으로 상춘객들의 춘흥을 지핀다

수달래가 한창인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옳지! 이런 날이 멋진 이유가 다 있다 모든 돌이 수석이 되어 생기를 내뿜는데다가 비 내리는 냇가의 감상적 분위기로 인한 것이다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고 방수용 지퍼백에 폰과 소주 한 병 넣고 나선다
오늘은 산수-월성 삼거리 물나들이에서 상류로 향한다

수달래를 찾아온 사진작가들 몇 사람이 삼각대 장비를 놓고 피사체에 집중한다 불광불급이란 말이 생각나 미소를 머금는다 저 분들이나 나나 좋은 의미로 미친 사람들이다

계곡이 연지곤지 찍고 화사하게 분을 바르고 생기 넘치는 얼굴이다
사진 작가들이아 맑은 날을 선호하겠지만 나는 비오는 날이 훨씬 좋다
서정적 로맨티스트,유미주의신봉자, 괴짜 돈키호테, 음유시인,나르시시스트를  자칭하며 히죽이 웃는다

비에 젖은 바위들이 매혹적인 살갗으로 유혹한다 바위들도 피부색이 제각각인데 사람의 피부색보다 훨씬 다양하고 아름답다 바위 표면이 젖으면 색갈이 선명하게 드러나 윤기가 감돈다 돌과 물은 서로 상생하는 관계임은 오행의 기본이다
물은 바위를 씻기고 바위는 물의 원 속성을 잘 유지 시킨다
물은 바위를 매끈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다 물의 힘으로 구르는 돌들이 바위를 깨부수기도 한다 물은 부드러운 여인의 손과 포악스런 사내의 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냇가에 수없이 뒹구는 돌은 평화로운 공존과 상생의 조화와 전쟁 같은 소요와 분란을 겪는 이중적 구조다

장구한 시간을 두고 보면 만물은 유전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산꼭대기의 저 단단한 바위도 비바람과 더위와 추위에 늙고 병들어 갈라지고 부서져 아래로 추락하고 미끄러져 내려온다
돌의 현상학이다 산돌은 날카롭고 거칠고 투박하지만 물 세례를 받은 돌은 면이 둥글고 매끈하다
하류로 갈수록 돌은 작아지고 모래가 많아진다 그러다가 결국은 형체도 없어질 것이다

창선 장군봉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돌의 분신들이 수백 수천년의 시간을 두고 우연과 필연의 조화로 하천에 입수하고 물의 세례를 받으며 성지로 향하는 순례의 길을 간다

'아름다운 고장, 내 고향 거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망령에서 금원산으로  (0) 2023.05.19
금원산 임도 트레킹  (0) 2023.05.18
계곡의 시간을 거슬러  (0) 2023.04.25
월성계곡 수달래(9)  (0) 2023.04.23
월성계곡 수달래(8)  (0) 2023.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