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생활의 즐거움

가을은 깊어만 가는데......

 

가을은 도둑처럼 소리없이 다가와 갑자기 내 뒤통수를 후리친다.

 

"이런 한심한 사람을 봤나?

먼 산에 단풍드는 것을 못보고 뭔 일에 열중인고?"

 

정신을 차리고 산을 바라보니 과연^^^

 어느새 산이 붉게 탄다.

아! 가을이로구나

 

 

옷깃을 여미고 얼른 뜰로 나간다.

용담 몇 포기가 서서히 자기들의 마을을 이루고 있다.

나는 미소를 띄며 가만히 응시한다.

보라는 신비감을 불러 일으킨다.

여기를 이제 용담골이라고 불러야겠다.

 

꽃송이 하나에 우주가 웅크리고 숨쉰다.

내가 늦가을에 기다려지는 이가 국화와 용담이다

 

 

 

 

 

구절초 머리가 헝클어진 채 서서히 저물고 있다.

순백색의 소복을 서서히 벗어버리고

노란 씨방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어갈

유전자들을 세상에 흩날리려 한다

어느 새 숙연해진다.

 

꽃은 질줄 알기에 아름다운 것인가?

 

 

 

 

 

화살나무는 이제 거칠어진 호흡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다음 여정에 대한 채비에 나선다.

 

이제 그토록 집착하고 열망했던 소유와 성장의 끈을 놓고

자양분을 스스로 차단한 잎은 저녁 노을처럼 붉다. 

 

 

 

 

 

패랭이꽃이 지고 피고......

이제 금년에는 마지막 꽃이 될 것이다.

 

초로의 동산은 단정하지 않다.

 

 

 

 

 

 

 

소나무도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이루어진다.

묵은 잎은 부황든 얼굴로 서서히 다음 세대에게

푸르런 생명의 빛을 물려주고....

 

 

 

 

 

구절초가 한웅큼 피어 가을을 노래한다.

이 가을이 끝나도록 그 찬미는 그치지 않으리

 

 

 

 

 

바위에 붙어살기 위해 움켜쥔 섬세한 촉수는

또한 얼마나 강인한 것인가?

그 치열했던 지난 날들이 오그라든다.

이제 숨을 가다듬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삼엽국 노란 꽃이 한창이다

 

 

 

 

우리의 정서에는 코스모스가 가을의 꽃이기도 하다.

길가에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드는 키기 큰 소녀 같다.

꽃들이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다.

 

 

 

 

국화는 잔뜩 긴장한 채 정기를 모으고 있다.

서리가 내리는데도 절의를 꺾지 않는

그런 힘을 비축하는지....

 

 

 

 

꿩의 비름이 차례대로 작은 꽃을 터뜨린다.

수류탄이 폭발하듯이 열정적이다.

 

 

 

 

무릇이 꽃대만 남았다.

영화를 피워 올렸던 기둥은 아쉬움을 띄는 것인지......

 

 

 

 

돌단풍 입술이 타들어간다.

바위의 뜨거운 체온에도 꿋꿋하던 돌단풍이....

 

 

 

 

민들레의 번식 활동에 이 뜰은 분주하다.

꽃씨를 감싼 비행체가 바람을 타고

더 멀리....

더 많이.....

더 안전하게......

 

 

 

 

 

자연 현상을 관조하다보면

무릎을 꿇고 터질듯한 감동에 젖는다

 바람에 절반 정도는 유전자를 실어보낸

생명체의 엄숙함과 경건함에........

 

 

 

 

 

 

 

망초도 소복을 한 채로 이 가을을 찬미한다.

저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며

저들의 율동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기쁜 마음에 흥겨워 하리라

 

 

 

 

 

여뀌도  이웃들 사이에서 당당하다.

꽃들은 사람들의 편협한 눈에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다.

 

 

 

'전원생활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움막으로 걸어들어간 겨울나무  (0) 2012.12.17
설국  (0) 2012.12.13
정자 구경  (0) 2012.08.20
가을의 전령  (0) 2012.08.17
구미 환경연수원에서  (0) 2012.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