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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달배웅

 

달배웅


-2003 계미년 정초에-

 

 

 


가는 밤의 끝자락을 잡고


홀로 후원을 서성이니


창백한 얼굴에 볼 움푹 패인 달 하나


저물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걸려 있네.

 

 

 

어쩌나!


곧 어머니 같은 동해는 黎明의 前兆로


태반처럼 꿈틀거리다가


産痛처럼 철썩거리다가


어제와 다른 빛깔로 새 해 출산할텐데........

 

 

그러면 迎日 길손들


저마다 복덩이 해를 품고


희망으로 눈 맞출텐데.....

 

 

 

그래!


나는 이 밤 다하도록 저 달 보듬고


말없이 바라보다가 서로 잔등을 토닥이며


달빛에 가슴이 흠뻑 젖은 채 달을 배웅하겠네.


 

 


 


 

2003. 1.1


모두들 희망에 들떠서 해를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창천에서 저물지 못하는 달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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