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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초등학생이 교사에게 성희롱을 하고 폭행하고 새내기 교사가 민원으로 인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된다
교육 현장의 병폐가 단적으로 노출된 것이다 이런 사건을 스쳐지나가는 일회성으로 여긴다면 교육계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침해라는 사례를 구조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미래의 주역이 될 아동들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동의 인권은 논할 필요도 없을만큼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교육의 실제 현장은 하나의 구조적 체계다
아동과 학부모의 입장이나 교원의 입장에서 편협한 시각으로는 전체 구도를 볼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왕자와 공주처럼 귀한 아동들만으로 학교도 교실도 구성되지 않는다 교사들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전문적 교육과 소양을 가진 교육 현장의 중요한 주체다


아동과 교원만이 아니라 인원과 건물,시설을 포함하는 외적 환경이 있으며 교직원도  교원과 행정요원이 있으며 교원도 교장과 교사가 있으며, 교육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등의 상호 대응하는 요소들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기능하는 유기적 관계로 작동한다
위가 고장이 나면 음식을 섭취할 수 없고 장기간 지속되면 온 몸이 병들고 심하면 생명을 잃기도 하는 이치와 같다
하나의 요소는 그 자체만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종합적으로 대응해아 하는 것이다

교육의 중대한 두 축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다
서당이나 서원 등의 전통적인 학교만이 아니라 최근까지도 가르치는 사람의 교육 현장의 주역이었고 그 권위를 좋던 싫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콩나물 고실이 상징하는 열악한 여건에서 인재 양성으로 국가의 번영을 이루기 위한 조국 근대화의 절실함에서 체벌과 같은 아동 인권이 박탈 당하는 약간의 부작용도 용인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시대적 맥락을 반영하여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김상곤(더불어민주당)경기도 교육감이 발의하여 도의회를 통과했다 현재는 시도교육청의 조례로 시행하는 곳과 제정되지 않은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2007년에 교직을 그만 두었던 내 개인사지만 흉금을 털어놓는다
퇴직할 무렵 학생인권이 교육계의 주요 이슈로 등장하면서  교단과 교실에 불어닥친 폐단이 속출하였다
학생들의 소란으로 수업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것이 가장 문제였다  
수엽 중에 조는 거야 생리적 현상이지만 아예 잠을 청하고 떠들고 장난지고 반항하고 덤비는 일들이 수두룩했지만 통제를 못하는 교사들은 현실을 받아들이며 무력감에 몸을 사리기 일쑤였다 생활지도는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교권이 허물어져 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위 열린교육이니 하며 선진 이론을 무리하게 적용하여 무질서와 혼란을 조장하고 전교조가 학교를 정치화하고, 교사를 학생이 평가하는 교원평가제도로 학교를 개혁하고 교실을 혁신하려 했다
학생들을 나무라지 말라는 것이다
인성교육은 허울좋은 이상에 불과했다
이러한 교실 붕괴의 현장을 참담하게 지켜보며 내 한계를 절감했고 교단을 떠날 결심을 굳혔다
더 이상 월급을 받으려고 교육자의 양심과 소신이 짓밣히기 싫었다 매질을 해서라도 바르게 키워보려는 교사를 시대에 동떨어진 사람처럼 몰아부치는 현실에 적대감마저 생겨났었다
나는 그 출구라도 있었지만 그마저 없었던 동료들은 묵묵히 현실을 견딜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차라리 학생 비행을 모른 척 하며 사명감이니 소신 따위는 예전 스승의 장식물로 치부하는 것이 난국의 지혜라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어느 한 쪽이 더 우월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니다 상호 견제와 균형으로 보완하야 한다
학생인권이 교권을 약화 시킬 수 있고 교권이 약화되면 교육의 질이저하됨은 당연지사다 교육에 대한 철학이나 깊은 숙고가 없이 성급하게 만들어진 정책이 교원의 지위와 권위를 급속도로 추락시켰다
이 문제는 교욱 전문가들의 교육 논리로 풀어야 한다
선거로 선출되는 교육감이 인권조례제정에 핵심 인물이라는 것이 학생인권조례의 태생적 한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는 당연히 유권자들의 요구에 영합하기 위해 달콤하고 자극적인  정책을 내세우는 포풀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 학상과 학부모의 수가 월등하게 많다는 점이 그럴 개연성을 높인다
학생인권조례는 크게 수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개입하면 더욱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 일반의 인식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
내 자녀만을 감정적으로 편애하는 이기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내 자식을 위해서 설령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인내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
학교에는 내 자녀만 있는 곳이 아니다 교사는 내 자녀를 특별히 배려해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 예전의 부모들은 자식이 남과 싸우면 내 아이를 먼저 나무라며 다른 아이를 배려했다 이런 전통의 미덕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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