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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강남불 칠공주

위천면 강남마을을 현지인들은 강남불이라 하는데 아주 오래 전부터 돌부처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 마을에 풍채가 당당한 호남에게 시집을 간 고모는 딸만 일곱을 둔 딸부자다
고모는 아들 하나 두지못하면 대가 끊어지는 책임을 모면하려 행여 다음에는 낳으려나 하다가 하나 둘 늘어나고 영험 있는 곳에 소원을 빌이 보았지만 별무신통이 되자 나중에는 낳을 때까지 해보자며 운명에 덤비듯 하다보니 일곱을 낳았다며 멋적은 웃음을 보인다

넉넉치 못한 살림으로 일곱을 양육하는 고충을 안 길러본 사람들은 알아도 아는 게 아니다
요즘 시대적 경향으로 보면 셋째부터 막내까지는 태어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놀랍게도 아들을 선호하던 케케묵은 구시대적 관념이 셋째,넷째,다섯째,여섯째,일곱째를 생명의 신비로 만들었으니 세상 만사는 사람의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만일 그 새 아들 하나가 태어났더라면 이 칠공주의 훈담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 세대 안에서도 가치관의 극심한 요동과 변화가 양극을 오간다 젊은 고모의 불운과 상대적 박탈감, 소외로 인식되던 사건이 딸부자가 되어 경쟁하듯 효성을 다하는 부러움을 듬뿍 받고 있다

요즘 고모는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효심 깊은 딸들이 서로 돌아가며 모시고 있다
나이도 잊어버리고 알려주어도 잠시 후에 묻곤 하는 고모가 생기발랄하고 아이처럼 밝은 표정을 짓는 건 칠공주들의 효성스런 보살핌 덕분이다
엄마의 형편없는 기억력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 등으로 남들 같으면 심적 고통을 받을테지만 딸들은 하나 같이 엄마의 말을 들어주고 웃음으로 포용하고 스킨십을 해준다

고모 내외에게 아들을 점지하지 않은 강남불 돌부처님이 한 세대 너머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었던 것일까?
다음에 동생들을 보면 익살과 유머를 섞어 몇 마디하고 싶다
7번아, 너야말로 최고의 행운아로구나 로또 1등에 당첨되는 일이야 자주 있지만 7공주의 막내딸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되겠노?
1번,2번,3번,4번 5번,6번에게 언니 덕분이라고, 언니가 오빠가 아니어서 세상 구경을 하게 되었다고 해라
1번아, 너는 2번,3번,4번 5번,6번,7번에게 너희가 남동생이 아니어서 고맙다고, 부모님이 편애하지 않고 골고루 사랑해 주어서 다행이라고 해라
언니가 없지만 여동생이 여섯이나 되지 않느냐?
맏이는 부모의 대역이 되라고 칠공주 대표가 되라는 것이지 서로 믿고 의지하고 결속하는 중심이 되라는 것이지

마을에 있는 부처님이 현성산 정기와 금원산 서기를 너희 집에 몰아주지 않았느냐
칠공주의 우애로 널리 미담이 되려무나 언니와 동생이 다정한 친구처럼 사랑과 존중으로 형우제공(兄友弟恭)의 신화를 만들어 가려무나

     칠공주 가족
(부:김주용 모:정정자)

첫째    : 김미화
둘째    : 김해경
셋째.   : 김경희
넷째.   : 김효정
다섯째 : 김은경
여섯째 : 김나미
일곱째 : 김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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