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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칡덩굴을 쳐내며 - 경계의 사유

나를 경계의 사유로 이끄는 것은 칡덩굴과 한삼덩굴이다
항상 변방이 문제인 것은 중앙의 권력이 미치기 힘든 지리적 원격성의 불리함 때문이다 내 영토의 변방 울타리에서 분쟁이 생긴다
인접한 묵밭은 타인 소유의 땅인데  무주공산처럼 아무런 간섭 없이 자란 풀들이 활개를 치며 내 영역으로 건너온다
이 경계는 소유의 경계이자 자연과 문명, 무위와 인위의 경계다
나는 오랑캐와의 변방을 지키는 장수처럼 무기를 들고 적들과 대결한다
풀들은 내 완강한 저항에 잠시 진격을 멈추지만 잠시 소강 상태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것이다


칡은 제 본성대로 어떤 제약과 구속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한삼도 무성한 덩굴로 다른 것에 의지하며 제 덤불을 확장해 나간다
내가 설정한 경계를 풀들은 인정하지 않아 충돌이 생겼다 자연과 문명의 경계다

경계가 늘 적대적이고 충돌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른 아침의  생기발랄한 새소리들과 날렵한 비행은 굳이 배타적인 경계를 두지 않고 허문다

가만히 돌아보니 온 사방이 경계다
나와 타인의 경계, 일상과 일상 너머의 경계, 아내, 자식과 나와의 경계, 익숙한 습관, 습성과 낯선 그것과의 경계, 선호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경계 등 온 세계가 경계들의 중쳡이다
그 숱한 경계의 변방에 나선다 어떤 경계는 그 너머서 뒤를 돌아보니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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