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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어느 대합실 설치 작품을 감상하며

어느 버스 터미널 대합실에 설치된 작품 하나를 주관적으로 감상해 본다
대형 테이블과 의자 네 개인데 한 개는 접허 있다
실제로 많이 사용되는 의자와 테이블을 5배 정도 크게 만든 작품이다
아마 저 설치 작품을 힐끗 바라보는 행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할 것이다
" 앉을 수 있지만 앉지 못하게 재미 삼아 크게 만들었을까?"
"원참 별꼴이야"
"저게 작품이라고?"

작가는 복제품도 예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번뜩이는 창조적 아이디어만이 창작이 아니라 기성품을 새롭게 대하는 행위도 예술의 영역임을 역설한다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낯 익은 물건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우리 생활 주변의 용품들도 깊은 관심과 예리한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철제 의자는 행사용 비품으로 인기가 있다
가볍고 내구성이 좋은데다 접을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사용을 할 때와 안 할 때 구조를 달리하는 변태형이다 사용이 필요하면 공간을 일정하게 점유하여 앉을 수 있게 하고 등을 받치고 지면에 넓게 펼쳐 안정된 지지를 하게 한다
비사용의 필요가 생기면 공간에 뻗은 프레임을 평면화하여 공간을 세이빙할 수 있으니 대량보관이나 이동에 매우 유리하다

접음과 펼침이 빚어내는 다이내믹이 환상적이다
뻣뻣하고 완고한 게 아니라 접고 펴며 유연하게 대처하는저 의자에게서 한 수 배운다
어두운 창고 속에서 제 몸을 축소하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의 시간도 쓰여짐을 위한 예비의 지혜다
사용(유)과 비사용(무)이 서로를 상생케 한다 노자의 유무상생의 원리를 생각하며 무릎을 탁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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