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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망치질 사이의 기쁨과 누림

수없이 망치질을 한다 허름한 온실에 고인 온기와 망치질로 인한 열기로 엄동인데도이제는 런닝셔츠까지 벗고 있다

망치를 든지 두어 시간이 지나도 앉은 자리에서 조금도 이동이 없는 이 단조롭기 짝이 없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렇게 한 가지 일에 전념한 적이 그리 많지 않다
평소에는 수없이 스쳐지나가는 잡념이며 망상들이 멈추어 있는 이 시간들은 선의 경지와 굳이 다르지 않다


관심경제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은 모른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은
<그것 만들어서 팔아요?>
<얼마나 받을 수 있어요?>
라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시장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그런 사람들의 논리에 따르면 단위 시간에 더 높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일이라면 망치를 던져버릴 것이다 아예 망치질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유하지 않을 것들이기에 몰입을 하며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다
이 겨울의 온기, 집중의 삼매경, 욕심없는 욕망, 글귀의 음미, 선물을 받고 좋아할 표정, 내 전시장이 될 그 벽은 모두 향유하는 기쁨이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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