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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고송 한 그루

고송 한 그루, 명품이라며 모든 걸 돈으로 환산하는 상업적 가치매김으로 12억이라던 나무라 사람들은 눈을 번쩍 뜨며 관심을 기울인다

가만히 보니 몸통이 열 번 이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무슨 연유로 저렇게 굴곡져 있을까?
분재용으로 철사를 걸어 만든 것이라면 오랜 시간이 걸려도 가능한 일이겠지만 자연적으로 저런 모양이 되기는 어렵다
태풍이 아무리 휘몰아쳐도 뿌리가 뽑힐지언정, 가지가 부러질지언정 몸통을  돌릴 수 없는 것이 상식이다

모든 나무들은 하늘과 가장 친밀하고 가장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한다
볕을 받아 자양분을 만들기 위해 팔을 뻩친다
그래서 나무들은 직립하며 위로 자란다
위로 향하는 기세가 가장 강하고 그것은 생명의 권력 의지가 된다
구부러진 것은 뿌리가 제대로 발을 뻗을 수 없거나 대개는 곁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원인에 의해 위로 솟구친 몸통이 잘려 가지 하나가 몸통으로 대체된 것이 아닐까 한다


풍채가 뛰어나고 늠름한 기상으로  노송의 기품을 드러내는 나무도 많은데 허리 한 번 쭈욱 펴고 움츠린 어깨를 펴고 가슴을 내밀어 큰 숨 한 번 내쉬지 못한 채 뒤틀리고 꼬이고 억눌려도 견디고 버티며 살아남았다

사람들은 장하다며 명품이라며 칭송을 하지만 나는 다가가 말없이 어루만지고 싶다
우연의 놀이터에서 고난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 초인의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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