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임에 불참을 알리는 일이 쉽지 않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사유를 일일이 밝히기도 쉽지 않다
단순한 일이 아니라 복합적인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그런 까닭으로 내심을 표현하지 않고 드라이하게 참석이 어렵다고만 알려준다
이를 궁금히 여긴 이가 전화를 해서 혹시나 무슨 신변에 변화가 있나 싶어 확인을 한다
"잘 지내고 있다"며 얼버무리자 혹시 도를 닦느냐고 반문 하길래 "그래 맞아" 하며 미궁 속으로 밀어넣는다
침묵의 대화라고나 할까?
굳이 속내를 비춘다면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서다
잦은 오프라인 만남이 늘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반가움은 잠깐이고 즐거움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즐거워야 할 대화는 술이 몇 잔 들어가면 왁자지끌해지고 목소리 큰 이가 독점하고 수다판으로 변질된다
귀 기울여 듣기보다는 제 목소리만 키우며 말의 사족들이 꼬리를 물고 갈팡질팡하는 잡담이 짜증을 부른다
부유하는 잡담들에 귀가 한계치에 이르며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직은 이순의 지경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공감하고 포용하는 인간다움은 잡담의 덤불 속에서 명맥만 유지할 뿐이다
타인들!
타인의 지옥, 타자의 추방이라는 개념들을 떠올리며 내 실존의 문제를 사유하는 계기가 된다
만남을 위해 지불한 돈, 시간, 수고에 비해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 보람의 절대량이 크지 않다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며 씁쓸해지고 만다
친한 친구 사이에도 그리움이 있어야 한다는 법정 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그리움은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필요로 한다 그리움을 충전하려면 시공적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참고 기다리며 배려하고 공감하는 마음은 그런 데서 배어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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