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아래 쌓아둔 나무 판자에 매단 말벌집 하나가 있다
위에서 아래로 지은 구조가 날짐승의 건축 방식이다
말벌집이라고 통칭하는데 한 무리의 말벌마을이나 말벌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왕벌의 절대 권력이 지배하는 이 체제는 신분의 구별이 뚜렷하고 역할 분담이 본능에 새겨져 있어 반란의 징후도 없다
다만 인간이라는 천적이 있을 뿐이다
이 말벌 마을이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
사람의 영역에 너무 근접해 마을을 지은 족장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더구나 몇 주 전에 사람의 등을 쏜 사건으로 갈등이 고조되어 있었다
사람의 편인 119의 전사들이 이 마을을 포획하는 일은 어려운 작전도 아니다
갑옷을 입은 특공대원이 비닐 주머니로 둘러싸 일망타진한다
이 교전에서 우군 전사 하나가 두 발의 벌침 공격을 받았다는 피해가 있었다
상대편의 피해에 비하면 경미하다
일망타진된 말벌 마을은 순식간에 마을을 잃고 그 새 꿀 모으러 나간 말벌 용사들이 귀환하여 참담한 지경에 처해 목 놓아 울며 주위를 비행했을 것이다
공동체를 수호하기 위해 전사한 전사들의 용맹과 희생을 본능에 아로새길 것이다
그러나 말벌 왕국은 패망도 소멸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 마을을 잃었을 뿐이라며 작은 전투의 패배일 뿐 제국은 영원하다는 그들의 경고가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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