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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토란 껍질을 벗기며

토란줄기를 베어 놓은지 4일이 지났는데도 몸통에는 체액이 흥건하고 아직 녹색 안색은 여전하다
지난 봄부터 열정적으로 생장하며 한 생애를 마친 토란을 거두어 손질하니 소중한 먹거리가 된다

손바닥이 흑갈색으로 물든다 토란 껍질을 벗기는 중에 자동 염색이 된다
일부러 물을 들이려 한 것은 아니고 일부러 장갑을 피한 것이다
내 살갗으로 직접 토란 줄기를 만지며 느껴지는 감촉이 좋아서 그런 것이다


손은 외부의 사물과 접촉하는 최전방의 기관이다
그리고 사물들을 다루어 자신에게 유용하게 변화 시키는 작업을 한다
손은 연장을 파지把持하고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손가락이라는 하부 기관과 관절을 가지고 구부리고 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든 손바닥을 살펴보는데 흥미롭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손바닥에도 솟아오른 구릉과 가라앉은 골짜기가 있다
인체의 한 부분이 대지와 닮아있다

내 손에서 토란대의 겉껍질이 벗겨져 질긴 섬유질을 벗겨내 식감을 좋게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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