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거창 창포원, 아직도 볕의 볼은 온기로 발그스럼하다
이 계절엔 국화가 품격있는 꽃의 군자다
사람도 곤경에 처했을 때 꾸밈없는 본성이 잘 드러나듯이 한 포기의 식물도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이제 다른 화초류들은 한 해를 마감하고 겨우살이 채비에 들어섰는데 국화는 본격적인 제 철을 맞는다
매화가 봄에 제일 먼저 피는 꽃이라면 국화는 제일 마지막에 피는 꽃이다
대부분의 꽃들과는 좀 색다른 생리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데 전통사회의 문인 사대부들은 국화를 사군자의 하나로 품격을 높여 그림이나 글로 칭송하였다
국화야, 너난 어이 삼월 춘풍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 이정보의 시조-
서리는 자연이 내리는 죽음의 철퇴다
하룻 밤의 된서리를 맞고 푸른 잎, 왕성한 생명의 기운을 거두고 마는 것이 자연의 철칙이다
국화에서 오상고절이라는 선비의 덕을 추출抽出해내는 인문적 상상에 감탄한다
국화가 서리라는 고난을 극복하고 본연의 향기를 발하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사실 너머에 있는 절조, 지조라는 정신적 가치를 찾아내고 본 받으려 한 것이다
대표적인 가을의 꽃 국화가 창포원에서 인기를 누린다
가을 축제에서는 국화가 단연코 주연급이다
다채로운 색상의 국화가 정성스런 손길로 다양한 모양으로 전시되어 있다
국화 아케이드를 통과하는 사람들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흥에 겹다
힘들고 지친 삶의 전선에서 귀환하는 병사들은 국화로 치장된 개선문을 통과하며 행복과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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