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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천둥소리와 개

아침의 소란함에 불길함이 감지되더니....
"또 명랑이 사고 쳤네요"란 말에 불안함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개가 어젯밤 천둥과 번개의 공포에 발작해 방충망을 물어 뜯어 못쓰게 되었다
골든리트리버는 양순한 개인데 오토바이 소음에도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걸로 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천둥소리가 줄 충격과 공포는 엄청난 것이다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며 전율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서 알고 있다
모든 개들이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종에 따라, 개체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올해 두번 째로 대형 방충망을 물어뜯은 사고다

만약에 이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가면 어떨까?(장난 삼아서 하는 가정이다) 아마 법적으로 다툴 문제가 아니라고 기각될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도 굳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된다면 개도 대리인으로 변호사를 고용한다치고....

원고와 피고가 명확하지가 않다 천둥소리가 원인이 되어 돌발적인 광기를 보인 개가 원고일 수도 있고 천둥을 일으킨 자연의 기상 현상이 피고일 수 있는데 그 주체가 불명확할 뿐더러 비인간은 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님이 확실하다
개가 지닌 원천적 인지능력, 교육 효과를 사람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 개는 본능적으로 공포에 반응한 것이라 의도적 범죄 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설사 개에게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배상할 능력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평소에 개와 가장 친근한 후견인 역할을 하는 안주인에게 추궁을 하는데 희생양을 찾아 화풀이를 하는 심리가 작용한다 야간에 목줄을 풀어준 책임을 물으니 순순히 인정을 해 버리는 통에 다툼의 여지가 없어져서 싱겁다 그런데 다툼의 논리가 궁했던 것 때문이 아니다 개가 주택에 침입하는 여러 종류의 불순 분자를 막기 위해 불철주야로 힘쓴 노고를 일거한 무시한 처사는 불공정 시빗감이 된다
경비견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목줄을 풀어주어야 하며 개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항변을 하면 쉽게 쟁점이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개는 오늘 혼줄이 나서 눈치를 살피며 꼬리를 감추고 서슬 퍼런 꾸지람을 흘려버린다
사람 같으면 눈이라도 흘기거나, 모진 혼줄에 욕이라도 하며 잠시 도망을 칠 법도 하지만 그런 꾀도 없이 완전히 굴종을 감내하니 이제는 불쌍하기 짝이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자체 양심의 법정에서 판결한다

주문: 본 건은 기상 현상과 관련된 사건으로 특정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물질적 손해인 수리비 6만원과 수송하는 수고는 안주인이 부담한다
천둥을 원망하는 일은 소용이 없으며 개도 더 이상 학대해서는 안된다
차후 동일한 사태가 재발생하더라도 오로지 주인의 책임이 100%다
본 건을 이로써 종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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