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거는 늘 노는 사람들이잖아 "
친구 하나가 나를 보고 편하게 던지는 말 한 귀절이다
아마 연금 수급자라는 점을 의식한 말일 것이다
이 말에는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고도 생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의미와 농사를 짓는 자신의 생산 성과를 강조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생활 세계에서 오가는 대화의 평범한 사례인데 사유의 세계로 치환해 본다
생산하지 않는 활동은 가치없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 일반의 편견이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말라는 무서운 경구가 유사한 맥락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존을 절대화한다 그러므로 노동과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 은퇴자들의 무위의 삶을 결함으로 여긴다 오로지 활동하는 삶을 중요시하여 실존적인 삶을 흡수해 버린다
그런 결과 고유한 실존이 착취 당한다
농부가 땀흘리며 일할 때 꽃밭에서 산책을 하거나 그늘 아래에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유유자적함에는 무위가 바탕에 깔려있다
무위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게으른 베짱이가 아니라 능력이다
무위는 결코 무능이 아니고 활동의 부재도 아닌 독자적인 능력이다
활동을 중시하는 성과사회에서 무위의 감각도 모르거나 외면하고 무위의 찬란함과 호화로움을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