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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창선 가마소에서


창선 마을 입구 교량에서 상류쪽 수십 미터 쯤에 가마소라 불리는 소 하나가 있다
도로변에 만들어 놓은 산책로 난간을 잡고 눈 아래 소를 내려다 보면 독특한 풍경과 만나게 된다
깊고 맑은 소를 둘러싼 화강암 암반이 마치 전쟁터 분위기를 풍긴다
물줄기가 경사진 아래로 내려오다가 거대한 암반 사이를 지나는데 집중해서 보면 거대 암반이 하천을 가로지르고 있다 도로변의 물가 가장자리는 암반이 일부는 돌출되고 일부는 유실되어 있고 물이 흐르는 가운데 쪽은 낮아져 있다 하천 바닥에서 지상으로 돌출한 하나의 암반이 물길을 막아서자 장구한 시간을 통해 풍화와 침식으로 물길을 내어 작은 폭포가 된다
위천에 큰 비가 내리면 엄청나게 몸집을 불린 홍수가 대군이 되어 진군가를 부르며 온 세상을 휩쓸어버릴 것 같은 기세를 올리며 흘러간다
이 거역할 수 없는 도도한 위력으로 버티고 선 것들을 가공할 힘으로 파괴하여 암반이 무너지고 깎이며 물길에 몸을 낮추고 있는 중이다
바위의 피부가 종횡할 것 없이 부르트고 군열이 생겨있다
그 주름 사이를 파고드는 바람과 냉기로  주름살이 깊어지고 갈비뼈가 드러나고 있다

강하디강한 바위라는 말은 바위 속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바위라고 해서 한 몸뚱이가 아니었구나
바위는 결코 한 통속統屬이 아니었구나
내부의 온갖 이질적인 것들로 이루어져 갈등하고 분열하며 파열하는구나
바위는 억겁의 시간을 견디고 꿈꾸며 새롭게 탄생하려 한다
거대한 몸집으로는 물줄기를 따라서 흐를 수가 없어 제 몸을 부수며 흐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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