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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바둑의 여제를 격려하며

바둑은 두뇌를 쓰는 고도의 정신활동이자 승부를 겨루는 정적 스포츠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서 하나의 고상한 정신 문화와 폭 넓은 대중문화로 기능하고 있다
바둑 인구의 저변이 탄탄하여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의 어떤 조사 결과를 보니 우리 국민의 25%(900만)가 바둑을 둘 줄 안다는 것이다 (남자43%, 여자 7%)
다른 스포츠와 달리 바둑의 팬들은 바둑을 둘 줄 아는 점이다 바둑의 복잡한 규칙을 알고 실제로 겨루어 보아 묘미를 맛본다는 점이다

조남철씨가 선구자로 바둑 역사를 시작한 이래 초창기의 우리 바둑은 남성들의 독무대였다 전문 기사와  팬들이 대부분 남성들이었다
여류 바둑의 역사는 한국의 바둑사보다 한참 늦게 출발하였다 성 역할에 대한 전통적 사회적 인식이 낳은 현상이었다
전통사회에서는 성역할이 분리되어 있어 성별로 허용과 금지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명확했다
그런데 소수의 여류기사들이 등장하여 성적을 올리며 차곡차곡 팬덤을 확보하게 된다 초창기부터 폭 넓은 대중적 기반을 가진 남자 기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극복한 원동력은 바둑에서 성별 능력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이 아닌가 본다
기존의 수준 차이는 여류 지망생의 절대 부족과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전망에 회의를 품었던 교육, 문화, 사회적 기회의 불균등에서 초래된 현상일 뿐이다

우리의 여류 바둑을 새로운 지평 위로 올려 놓은 기사들 중에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 최정이다 2010년에 입단하여 올해 29세인 최 9단은 세계 여류 정상의 고지에 많이 올랐고 남녀 통합기전에서 결승전까지 오른 뛰어난 실력을 갖춘 기사다

그런 기사가 얼마 전에 패배로 끝난 바둑판에서 아픔을 삭이는 장면을 보게 된다
29세로 바둑의 여제란 칭호를 받던 그가 18세의 소녀에게 패배하며 사람들 입에서 세대 교체란 말이 흘러 나온다
조금 더 두고 볼 일이지만 그런 전망이 사실로 굳어지더라도 최정 9단을 위로하고 싶다

완벽의 미로를 찾아 온 신경 세포들을 총동원하던 승부사여!
어떤 위대한 승부사도 한 시절에 불과하다는 철칙을 서서히 받아들이기를.......
지금까지 이룬 성과만으로도 여제란 명분에 합당하였음을 기억하기를.......
이제는 한 판의 승패 너머 역사를 만들고 화려하게 장식한 영광에 머무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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