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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골동품 화롯가에서

화로를 직접 만든 느티나무 소품 탁자 위에 올려놓고 남향 창문 아래 내 시선이 쏠리는 안방에 둔다

근래에는 골동품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골동품을 전문가들이 감정하여 진위 여부와 감정가를 추정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고미술이나 골동품의 가치를 대중들에게 재조명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감정의 클라이막스는 평가 액수를 알리는 숫자가 긴장과 흥분을 유도하는 음악 후에 공개하여 시청자들의 인기를 끈다 자본주의 시대가 만든 일시적 풍조의 단면인데 골동품을 구입해서 나중에 팔아 차액을 남기는 것은 시간적 차이를 이용한 장삿속일 뿐 진정한 감상은 아니다 그런 유의 풍조는 시대적 현상이라 탓할 수는 없지만 골동품 감상은 그 고유한 본래적 가치가 있다

골동품은 오래되고 희소성 있는 물건을 말한다 오래 전에 선인들의 예술 작품이나 생활용품이던 것이 낡아서 기능을 다하지 못하거나 쓸모가 없어진 것들이다
어떤 물건은 현재의 사용가치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골동품이 자신의 존재로 웅변한다
역사적이고 예술적인 차원으로 가치의 지평을 넓히면 무궁무진한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머니의 애장품이던 인두 하나에는 개인적인 회고의 상징으로써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그 인두가 수백 년전의 물건이라 희소가치가 높으면 당연히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와 가치가 높아진다
그 인두에 새겨진 문양 하나가 특이하고 예술성이 높으면 더욱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그런 가치는 상대적이라 절대적인 숫자로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 나는 어머니의 애장품이라 고액을 준다해도 팔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자본주의 시대에는 돈이 모든 가치를 균일화, 동질화하여 교환해 버리는 블랙홀이 된다 그래서 어머니의 애장품도 돈만 많이 주면 팔아 넘기는 일이 예사가 된다

골동품을 눈 앞에 두고 사심없는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면 호기심 어린 눈에 깊은 맛이 배어나온다
저 화로는 나를 현재의 일상 너머의 어떤 시간으로 인도하여 사유를 촉발한다 화로의 본래 용도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의미로 이끌기도 한다
특정할 수 없는 시점과 사용자는 불명확하지만 상상의 힘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아궁이 잔불의 숯덩이 몇 줌을 추려 옮겨 담는초저녁의 겨울 밤, 온기에 맨 먼저 발을 뻗는 윗목, 차츰차츰 펴지는 따스함,
밤은 깊어지고 오가던 말마디들이 졸다가 잠이 들고,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늙은 근심이 기침을 콜록이다가 양 손을 펴서 비비며 온기를 충전하고, 배를 드러낸 어린 것을 이불로 감싸 토닥인다
제 체온으로 안간힘을 쓰다가 덩이진 육신마저 허물어지고, 재가 이불이 되어 최후까지 감싸 안아도 밤이 이슥해질수록 쇠잔해지는 온기, 화롯불 주걱으로 재를 뒤집는 아쉬운 손길이 보인다

귀에 익은 기침 소리, 주름진 손에 담긴 정성으로 화로는 다시 뜨거워질 일이 없다
다만 이미 비워서 남아있지 않은 잿더미를 뒤적이는 한 사람이 곁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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