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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한마을 커플

우리 어머니는 본가에서 시오리 밖의 위천에서 시집 온 위천띠기였다
아내는 택호가 없다 직업인으로서 0선생이나 서한당이란 아호나 이름으로 불린다

본동띠기, 한동띠기, 지동띠기는 같은 마을에서 혼인 한 부인을 호명하는 말이다
띠기는 댁의 경상도 방언이다
지동이란 자기 동네, 제 동네의 경상도 방언이다
예전에는 이런 부부가 많아서 동일한 의미의 택호가 여럿 있었던 것이다
택호를 불러 한 여성의 정체성을 밝히는 풍습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남아있으니 의식의 변화가 사회의 발전 속도보다 지체되는 현상이다

전통 농경사회를 백년 이전으로 거슬러 갈 것도 없다
60년 전 내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 대다수의 부모님 직업은 농업이었다
마을 앞 도로를 신작로라 하였는데 자갈을 깔아 어쩌다 차가 지나가면 먼지가 일고 돌이 튀었다 도로 부역을 하기도 했는데 누구 하나 불평하지도 않고 길을 주민들이 스스로 보수하였다
이렇게 좁고 가난한 시절이에 혼기를 놓치면 안된다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라 과년한 딸, 노총각을 열등하거나 불행으로 여기기도 했다
짝을 찾는데 가장 흔한 경우가 지리적 인접성이었다
사람들의 활동 범위가 좁아 멀리 있는 배필을 구하기란 확률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한 마을에서 어른들이 중매를 서거나 본인들이 짝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요샛 말로 한다면 한 마을 커플이 적합할 것 같다 일장일단이 있을 것이다
장점이라면 양가와 본인들이 서로의 조건을 환하게 알고 있다는 점일 것이고 단점이라면 배우자에 대한 환상이 부족할 것 같은데 본동띠기, 한동띠기, 지동띠기 내 말이 맞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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