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순이
나는 문 안에서 그윽한 눈으로 너를 바라보고
너는 문 밖에서 기대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우리 사이엔 미닫이 문턱이 막고 있다
너를 가장 너답게 하기 위한 선
네가 철든 후 한 번도 넘지 않았던 선
너와 나의 운명이 정한 경계선
밤마다 우리는 다른 쪽에서 잔다
네 땅에서 난 행복했다
고라니 쫓는 네 눈동자
진도의 전설을 듣는 네 귀
싱그런 풀 냄새 배인 네 등
이제 나는 내 땅으로 가야 한다
도시의 아파트 숲
별도 빛을 잃은 밤하늘
네가 도저히 살 수 없는 곳
네 땅과 내 땅의 갈림길에서
나는 젖은 눈으로 너를 바라보고
너는 알쏭달쏭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우리 사이엔
미닫이 문보다
더 가혹한 운명의 문이
절벽처럼 버티고 섰다.
영덕학생야영장에 2년간 근무할 때
진돗개 한 마리와 같이 살았다.
동물과 교감하다 생긴 아픔을 달래는 글이다.
야영 시즌 중에 야외프로그램 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하이킹 준비를 하며 동행하던 녀석
야간 산책 중 하천변 갈대밭에 들리는
고라니 소리에 미친듯 추적하던 녀석이었는데
포항시로 인사 발령이 나서
내가 남을 수도 없고
데리고 갈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인연을 끊어야하는 아픔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