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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톤레삽 호숫가의 꼬마 소녀

 

4박6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뒷정리를 하며 일상으로 복귀 한다.

몇년을 벼르다가 이루어진 여행인데다 배우자들을 동반한 여행이라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 가방 정리를 하면서도

손목에 찬 오색 팔찌 한개를 차마 일회용품으로 버리지 못한다.

원달러에 세 개를 준다더니

떠나는 수레 토토 앞에서 다섯 개로 덤핑해 버리는 값싼 물건이지만 .

 

 

 

 

캄보디아의 톤레삽 호숫가 에 늘어선 것은

나무들과  허수룩한 가게들 만이 아니었다.

마치 밀림에 잠복한 베트콩처럼

신출귀몰하게 출현하는 꼬마 장삿군들은

너무도 어린 나이에  고단한 삶에 투입된 전사들!

 

 

 

                                               

     맑은 호수 같은 동공(瞳孔)

그  바닥에 침전된 세파의 찌들림

너댓살이 될까말까한 초년병 같은 꼬마에서

열살을 넘긴듯한 노련한 고참병 같은 아동들

 

 

 

 

원 달러! 원 달러! 오빠 원 달러!

캄보디아의 생존의 구호

캄보디아의 아리랑이다.

 

엄마, 아빠에게 조르듯이, 간청하듯이, 떼를 쓰듯이

팔자 좋게 태어난 이국의 여행자들에게 접근해 온다.

 

 

 

 

각박하고 참담한 현실에서 생존하기 위해

소총 대신 손바구니 실탄 대신 나무 팔찌를 들고

호숫가에 들이닥친 우리를 공격해 온다.

 

누가 가르친 것인지, 스스로 체득한 것인지는 몰라도

여행자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며

보편적 인간성의 약점을 기습적으로 찌르거나

전술적으로 한번 공격 대상을 정하면 치열하게 따라붙으며

투쟁의 緩急(완급)을 조절해 온다.

 

 

 

 

선글라스로 가린 눈 빛, 달러로 채워졌을 두툼한 지갑을 지닌

강자의 심심풀이로 너댓살 소녀에게 노래 한 곡을 청한다.

노래 한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기습적으로 쇄도하는 전사들이

동요에서 아리랑으로 가요로 이어지는 메들리

 

차라리 軍歌라고 해야 하리라.

그 어려웠을 이국의 언어를 뜻도 모르면서 

불그죽죽한 뺨, 뱀처럼 꿈틀거리는 목의 핏대

 

 

 

 

메들리 하나가 끝나자 곤혹스러워진  강자는

음식 앞에 몰려든 파리떼를 이리저리 휘저어 쫓듯

소요 군중의 최루탄 같은 이국의 캔디들이 몇 개씩 살포되어

시위대는 하나둘 다른 목표를 찾아 발을 돌리고

 

경쟁자들이  쇄도로  선 지명의 기득권을 잃어버리고

한쪽에 밀려버린 단발의 꼬마 아가씨

그 서운한 눈 빛이 앙금으로 남을까봐

원달러를 꺼낸다.

 

 

 

 

꼬마 소녀의 안도하는 눈빛으로

앙증스런 손에서 꺼내는 세 개의 팔찌에

 

덩달아 내가 안도하며

내미는 팔찌 한 개를 택하여

난생처음 팔찌를 낀다.

 

 

 

 

며칠이 지나면 이 팔찌는 내 손목에서 버려지고

세월이 가고 그 소녀의 앙증스런 손의 모습도 잊혀지리라.

그의 가혹한 운명이 어찌 신데렐라처럼 펴지리오.

 

 

 

 

그러나 내 어찌 잊을 것인가?

그들의 고단한 삶을 기억하리라.

그리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기를

내 기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