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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패키지 베트남 관광의 맛사지의 환상

 

동남아 패키지 관광은 마사지 관광이라고 해도 좋으리만큼

하루에 한두 번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소비자의 자유 선택 상품으로 알고

다른 것으로 바꾸어 보려고 했으나 불가능했다.

 

여행사들의 난립(亂立)과 과다 경쟁으로 비용을 줄이다 보니 패키지 상품 안에

마사지, 사진 촬영, 식당, 쇼핑 등을 넣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당한 만큼의 웃돈을 얹어 가이드 비용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물론 마사지 관광도 旅毒을 풀어주는 하나의 좋은 상품일 수 있지만

소중한 시간을 빼앗긴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 시간에 다른 풍물 체험을 한다거나 문화 관광 등을 한다면

한층 質이 높은 관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자면 여행 비용을 현실화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하리라.

 

아쉽지만 어쩌랴. 받아들이자.

우리는 지금 패키지에 묶여 있는 것을......하하

 

 

 

 

그건 그렇고. 이제 발마사지 받으러 가자.

자. 이제 온 몸의 긴장을 풀고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기다려 보자.

 

한약재를 넣어서 우린 나무 물통에 두 발을 담근다.

뜨겁지도 않고 미지근하지도 않은 온기가

발의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깊숙이 젖어든다.

약재의 진한 향이 혈도를 따라 온 몸에 서서히 퍼지며

들뜬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손길이 서서히 발을 어루만진다.

가장자리에서 안으로 약하고 느린 손길로부터 시작한다.

하루의 천역(賤役)에 지친 발을 마치 위로하는 듯, 달래는 듯, 칭찬하는 듯한 손길에

발은 이제야 온순한 짐승인양 순해진다.

  

저는 어려서부터 심산유곡에 살면서 아버지로부터 비법을 전수 받았답니다.

저희 가문은 대대로 이 비법을 오로지 맏아들에게만 물려주었지요.

무남독녀였던 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업을 계승하게 되어

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간답니다.

 

계곡 어디쯤에서 나직한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바람에 나풀거리는 이파리들이 잔잔하게 흔들리며 간헐적으로 서로 몸을 비비는 듯......

안마사는 발을 능수능란하게 다루었다.

그녀의 손놀림에 발은 어느새 온순한 아이가 되어

어머니의 품속에서 새록새록 잠이 들이가고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저희 선대 조상 한 분은 중국으로 안마 조공(租貢)을 갔던 분이었지요.

오랜 경험과 총기를 가진 영특한 안마사인데다 충성심으로 황실의 인정을 받아

한방 비급을 다루는 도서관의 최고 책임자 자리에 올랐답니다.

그분께서 황실의 華陀祕笈(화타비급)을 훔쳐냄으로써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게 될 위기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을 시도하여 본국으로 잠입하여 은둔해 왔다고 들었습니다.

 

여인은 조심스럽게 자기 가문의 역사를 드러내며

감회에 젖는듯 잠시 말을 잊지 못하기도 했다.

  

발은 뼈와 살덩이 만으로 뭉쳐진 하급 기관이 아니랍니다.

사람의 몸은 마치 우주 자연의 구성 원리와 같아서

어느 기관이 귀중하여 다른 것 위에 군림하는 법이 없답니다.

신체의 오장육부는 서로 별개의 기관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답니다.

하나 하나의 기관은 제 나름의 독립된 기능을 담당하면서도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존재한답니다.

그러면서도 한 기관이 병들면 전체 인체가 함께 고통을 느끼며 심하면 폐사하고 만답니다.

 

손님께서도 신선이 되기를 원하십니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로불사의 경지에 드는 신선이 되기를 바라겠지요.

중국 의학에서는 소녀편에 신선술의 비법으로 관지법(觀趾法)이 기재되어 있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발을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오장육부의 상태를 마음 속으로 진단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법이랍니다.

 

소녀는 사람의 발을 보고 만져봄으로써 장부 전체의 쇠하고 성한 부분과

허약하고 병이 난 부분을 찾을 수 있답니다.

소녀는 인체에 흐르는 제 3의 순환계인 경혈의 존재를 확신한답니다.

어리석은 의학은 그 존재를 인정하기는 켜녕 폄하하거며 독설을 퍼붓기 일쑤인데

몇천년이 흘러야 이 존재를 인정할지 한심스럽답니다.

 

소녀의 손놀림이신들린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치 악기를 다루는 악사의 길고 하얀 손가락들이 어느새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때로는 애무(愛撫)의 손길로, 가볍게 튕겨지다가 길고 무겁게 짓눌리다가

때로는 맹렬한 몇 차례의 타격으로 이어지곤 했다.

열 손가락이 건반이나 가느다란 현을 누르거나 타악기의 뭉툭한 채로 두드리면

발의 섬세한 부분들이 놀랍게도 반응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관지법을 더욱 연구하고 발전시킨 전설의 명의가 화타(華陀)랍니다.

천체에 수많은 별들이 흐르듯, 산천에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듯

인체에 흐르는 기(氣)혈(血)수(水)의 근원이 발에 있답니다.

그것을 족심도(足心道)라는 하지요.

족심도(足心道)에서 도(道)라는 것은 "경락"을 말하고

심(心)이라고 하는 것은 "근본, 근원"이라고 하는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러므로 발이 생명 에너지의 통로인 경락의 흐름에 근본이 되는 것이지요.

 

소녀는 어느 새 선녀가 되어 신선의 경락에 깊숙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응어리지거나 맺힌 부분을 어루만지며 풀고 뚫자

빗장을 걸고 있던 장기들이 긴 숨을 내쉬며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서로 분리된 장부들이 새 기운을 받아들이며 열락으로 노래하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제 각 장부들이 서로 활짝 열리고 소통하며 온 몸이 하나로 통일된 전일체가 되기 시작한다.

 

발에 흐르던 생명 에너지가 온 몸에 퍼져 나가며 천상의 열락에 드는 듯 하며

의식을 잃고 긴 꿈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오빠! 오빠!

천상락을 누리던 내 어깨를 흔드는 소리에 짧은 신선몽은 끝이 난다.

소녀는 어느새 이국의 아가씨로 환생하고

방긋 웃는 그녀에게 가이드의 말대로 2달러를 팁으로 건넨다.

 

가이드와 계약한 한 시간의 마사지의 댓가 30달러와 팁 2달러는

여독을 풀어내는 부드러운 처방인가?

나의 예민한 감수성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으니 장황설은 이어질 수 밖에......

 

인간의 원초적인 권력에의 의지를

마사지라는 선정적(煽情的) 방법으로 대리 충족하는 것이 아니랴.

 

무한한 권력의 소유자인 황제는 권력의 힘과 권위로

천하의 절세가인을 취해 왕비로 삼고

미인들을 골라 무희로, 궁녀로 취해 필요할 때마다 취했던 것처럼.

 

자본주의의 달러의 위력 앞에 무릎을 꿇고 정해진 매뉴얼 그 고된 노역에서

잠시도 자유롭지 못한 이국의 아가씨를 한 순간 소유한 것은 아닐까?

 

돈은 권력을 사고 권력은 하인을 사고 하인에게 넌지시 발을 주무르게 하는

한 순간이나마 현대의 황제가 되려는 것은 아니었던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