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로 나오자 귀에 익은 울음소리가 들린다.
야생과 애완의 언저리를 맴돌던 김밥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전신이 까만 털에 흰 띠가 있는 고양이가
데크에 누워서 나를 바라보며 내지르는 소리다.
집 나간 자식의 귀환 같은 반가움이 감성의 정곡을 찌른다.
두 손을 벌려 '어서 오너라'며 반긴다.
하도 어려서 채 주먹만한 크기였던 녀석을
먹이는 주면서 집 안에는 들이지 않았었다.
집 근처에서 생활하다가 주방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쪼르르 달려와서 먹이를 달라고 맹렬히 울부짖던 녀석인데
어미가 되자 제 야생의 자유를 찾아 독립하며 의존적인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 사진은 예전에 찍었던 사진이다)
그 이후 일년에 두어 번 제 존재를 알린다.
각박한 야생의 훈장 같은 잘린 꼬리의 상처는 흉하게 아문 채
내가 던져주는 멸치 한 웅큼을 먹으면서도 연신 주위를 경계하더니
내 호의적인 제안을 무시하고 제 영역으로 떠난다.
고양이 나이로 4년 정도면 사람의 나이로는 칠팔십의 고령일텐데
치열한 야생에서 꿋꿋하게 살아가기를 ......
사람에게 예속되어 달콤한 먹이보다
제 본성을 유지하며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기를......
무엇보다 제 짝을 만나서 새끼를 많이 퍼트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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