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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은사님의 갤러리 방문 (한결고운갤러리)

 

 

비가 촉촉히 대지를 적시는 날은 차 한잔을 놓고 정담을 나눌 사람이 있으면 좋으리라.

우리 마을에 새로 집을 지어 이주한 이웃집에 가서 잔잔한 대화가 오간다.

작은 마을에 새 이웃이 생겨나서 더욱 기쁜 일이다.

 

이웃 부부는 이곳이 낯선 분들이라 토박이의 본능이 발동하여

창선의 은사님 갤러리를 찾아간다.

반갑게 맞아 주시고 우산을 받쳐 쓴 채 동행하시며 가이드 역할을 해주신다.

 

 

 

 

 

한결좋은갤러리는 중고 시절 미술을 가르치던 은사님 내외분의 일생일대의 명품 정원이다. 

창선 마을의 입구, 위천의 물살이 굽이치는 계곡을 아래로 굽어보는 곳에 자리잡은 명당이다.

 

 

 

 

조각가이신 은사님의 치열한 미의식과 전문직 지식, 탁월한 안목으로

넓은 터에, 내외분의 땀과 막대한 투자로 손수 조성하신 개인 정원이다.

10년간의 결실이지만 현재도 진행형이다.

 

 

 

 

사모님은 미국의 '탸샤의 정원'을 벤치마킹하시고

손수 뜰을 가꾸시는 온화하신 분이다.

웬만한 학교 넓이만큼 되는 넓은 뜰에 꽃을 심고 잡초를 뽑으시는

아름다운 심성과 잘 꾸며진 정원의 보람을 향유하신다.

 

 

 

 

 

우리 집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필히 권하는 코스다.

가까이 사는 내가 갈 때마다 정원이 더욱 확장되고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지니 감탄을 거듭한다.

 

 

논을 매입하여 만들어진 이 연못은 갤러리의 눈맛을  최고조로 높이는 동시에

그 자체로써 독립된 하나의 작품이다. 

조각품과 울타리,작은 배 등의 인공물과 자작나무, 부들 등의 수목과 수생 식물들이

매우 종교하고 세심하게 고려된 작품으로 바라볼수록 멋스럽고 완벽한 작품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적인 눈높이만큼만 바라볼 뿐이다.

연꽃 축제를 하는 관광지에 가서 보면 대규모의 단지에 여러 종류의 연을 빽빽하게 심고 활짝 꽃을 피워

화려함과 거대한 규모, 기타 다양한 아이템으로 흥겨운 축제분위기를 유도하기에 바쁘다.

사람들은 달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바라보며 좋아라 한다.

'예술은 사기다.' 외쳤던 백남준씨. 그 천재의 일갈이 들린다. 

 

 

 

 

 

 

여기는 연밭이다.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에 사는 연들은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고 다툰다.

여기서는 집단적, 대형, 대량이 인정받는 시장의 분위기가 난다. (위)

 

여기는 연들의 천국처럼 호젓하고 한가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보인다.

개별의 연이 한껏 고양된 기분으로 수상 유람을 한다.

여백의 공간이 넉넉하여 바라보기만 해도 안온하다 (아래)

 

가느다란 빗방울이 연 잎에서 구르며 청아하다

연못에 떨어지는 빗물은 동심원을 그리며 연못의 운치를 더한다.

연밭과 연못을 번갈아 쳐다보며 여백에 관한 공부감으로 삼는다.

 

 

 

 

 

은사님의 격조와 미의식의 단면을 엿본다.

90센티 정도되는 깊이로 물을 가둔 연못이 하나의 화면이다.

땅에 직접 뿌리를 박은 것이 아니라, 수조에 심어서 배치하여

연의 勢가 마구 확산되는 것을 통제하여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다.

연 이외에도 다른 수생 식물과 인공 조형물들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연못이라는 화면을 적절하게 분할하고 있다.

 

여백의 미가 연못을 바라보는 포인트다.

연을 배치한데도 미적 원리가 고려되었으리라.

 

 

 

 

 

勢세가 마땅히 광활해야 되는 것을 협소하게 하면 氣가 느슨하고 산만할 것이다.

여백은 촉박하지 않고 산만하지 않고 자잘하지 않고 너무 적막하지 않고

중복되지 않고 나란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虛허와 實실을 운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화면에 실이 지나칠 때 허가 있음으로써

융통성이 없는 것을 생동하는 것으로 변화 시키고

답답하고 막힌 것을 넓고 밝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여백에 고려되어야 할 요소로

모임과 흩어짐, 긴장과 이완, 성김과 빽빽함, 가벼움과 무거움, 큼과 작음 등의

상대적인 것들이 화면에서 대비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또한 감춤과 노출 즉 가리고 드러나는 것을 의도적으로 교묘하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문득 떠오르는 안압지의 정경!

산수화에서는 구름과 안개를 빌어 어떤 부분은 가려서 감추고 

어떤 부분은 드러내서 노출 시킨다.

드러나지 않은 것에는 상상과 호기심이 발동하는 법이다. 

 

 

 

 

 

60초반의 제자가 70초반의 은사님과 자주 동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리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은사님 생신이나 성탄절에만 울리는 종을 오늘 특별히 직접 치신다.

늘 배움을 게을리 하지말라는 가르침으로 내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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