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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화투판 小考

 

 

1월은 松鶴송학(소나무와 봉황)이요 2월은 梅鳥(매화와 꾀꼬리).

3월은 벚꽃과 상춘객이요, 4월은 등나무와 두견새다.

5월은 붓꽃이요 6월은 모란이다.

 

7월은 홍싸리와 멋돼지요 8월은 산과 보름달과 기러기 세 마리

9월은 국화와 목숨 자가 새겨진 술잔이요, 10월은 단풍과 사슴이다.

11월은 오동나무와 봉황의 머리요, 12월은 선비와 개구리가 나타난다.

 

 

 

 

우리 고유한 오락이 아니라 일본에서 전파된 오락이지만

이제 가장 대중적인 오락으로 뿌리내린 화투다.

우리의 고유한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은 아쉽지만 .....

 

화투는 일본의 세시풍속과 가치관과 사회상을 담고 있는데

우리 문화와의 공통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물론 있지만

왜색을 띤다고 지나친 거부 반응은 옹졸하고 편협하다.

우리의 정서와 기호에 맞기 때문에 우리 생활에 토착화된 문화이기 때문이다.

 

서양의 트럼프는 52장이 한 세트로 숫자의 나열과 정형화된 도형,

네 종류의 문양과 위인상을 상징화한다.

 

이것과 비교해 보면 화투는 자연과 사회의 풍습에 바탕을 두고 있다.

112, 달마다 대표적인 꽃, 주요한 세시풍속을 담고 있어

우리와 문화적 코드의 유사성을 발견하게 된다.

 

 

 

 

화투판이 떡하니 자리를 펴면 서너 명이나 너 댓 명이 판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앉는다.

단박에 口味구미를 다시며, 공동의 관심사로, 무아지경으로 이끄는

화투는 최면이고 아편 같은 유혹이다.

 

이 판은 사람들이 제각기 지닌 성격과 개성을 아우르고

저마다의 학식과 지위를 아우르는 어울림의 한 마당이 된다.

 

타짜가 등장하는 영화가 선풍적 인기를 누린다.

전문적으로 조련된 속임수로 크게 한 탕을 하며

그들만의 의리나 연애로 생명을 건 파란만장한 로맨스를 펼친다.

대중들의 무의식 안에는 타짜의 본능이 도사리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랴!

 

 

 

 

패가 돌아가기 전에 규칙을 정하는 일이 우선이다.

화투는 돈 내고 돈 따 먹는 기막히게 재미있는 놀이다.

 

모두 48장의 패가 창출하는 총재화를 두고 경쟁하는 놀이다.

규칙을 잘 지키는 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총재화를 분배하는 게임이다.

 

 

 

 

 

패가 돌아간다 

투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몇 장씩의 히든 카드인 패가 나누어지고

역시 히든 카드인 패가 쌓인 채 요행과 불행을 분배할 것이다.

그리고 바닥에는 오픈 카드인 패가 마치 참가자의 선택과 경쟁에 따라 분배될 것이다.

 

내 패가 돌아오는 순간 나는 지략을 펼치는 지휘관이요 전술가다.

전리품에 대한 무한 獨食독식의 짜릿한 영광과

그 반대의 결과에 대한 무한 책임을 홀로 짊어져야 한다.

 

 

 

 

화투판에 앉는 순간부터 가족 간의, 절친한 친구 간의

 情誼的정의적, 협력적, 공동체적 기존 관계가

이해 타산적, 경쟁과 다툼의 관계로 재설정된다.

 

이런 관계의 전환에는 평상시의 관계에서 일탈하는 諧謔해학의 즐거움이 있다.

아버님! 제가 설사한 똥 잡수이소.”

 

 

  

 

내 몫의 새 패 몇 장을 맞는 두근거림,

감추어진 패를 뒤집는 순간적인 짜릿한 긴장감

 

상대의 패를 예상하고 읽는 豫知예지

속전속결의 기민함, 무한 욕망와 절제 간의 고뇌 

 

한 판이 끝날 때마다 去來거래되는 아쉬움과 환호의 탄성들

수북하게 쏟아지는 익살과 재담으로 달아오르는 좌판이

도박의 긴장감과 살벌함을 상쇄할 때 즐거운 화투놀이가 된다.

 

 

 

 

 

 

화투판은 자본주의적 요소가 다분하다.

한 탕 벌어보자는 사유재산에 대한 갈망이 화투판을 서게 하는 원동력이다.

 

내 패를 받는 순간 시장의 독립된 경제 주체가 되어

치열한 경쟁의 시장에서 죽느냐, 사느냐의 한 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윤 추구의 한도가 제한이 없다.

대박은 만인의 목표요, 성공의 상징이다.

 

못 먹어도 고!‘ 라며 호기를 부리다 부도가 나서 쪽박을 차기도 하는

반전의 묘미에 拍掌大笑박장대소한다.

 

 

 

 

 

무한 이윤의 추구로 대박이 나면 그 상대는 쪽박을 차야하는 비정함이 긴장감으로 흐른다.

평소에는 절친한 사이끼리도 이 무한경쟁의 투전판에서는 결코 봐주는 법이 없다.

 

그래서 이 판은 밤이 깊어갈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 되어 간다.

결국 이 비정한 자본주의는 새벽녘에 호주머니를 까뒤집은 무산자의 항복 선언으로 이어진다.

 

 

 

 

화투는 개인의 선택적 의지와 그것과는 무관한 우연적 요소에 의해 판가름이 난다.

양대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된 놀이다.

 

패의 일부는 개인에게만 주어지는 오픈 카드로,

자신의 능력이나 자유의지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요,

 또 일부는 감추어진 패로 우연적 요소에 의한 비선택적인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운과 성공을 꿈꾼다.

그런 꿈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흥미로운 발상,

 대안의 하나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화투판이다.

그럼으로써 고단한 세상사에 지친 영혼을 위로하고 보상받기를 원한다.

 

 

화투판은 자주 돌아가며 바뀐다.

한 판의 실패를 다음 판에서 만회할 수 있다.

 

행운에 대한 기대 심리는 세파에 찌들리고 좌절하는

우리를 유혹하고 위로하는 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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