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각나무는 껍질이 마치 노루의 뿔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매끈한 피부에 얼룩 무늬가 자연스러워 누가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나무다.
나는 산을 가다가 노각나무를 만나면 한번 쯤 매끈한 살갗을 쓰다듬곤 한다.
오늘은 앞 산을 오른다.
높지는 않지만 병풍처럼 떡 버티고 선 급경사에 바위 투성이라 험하다.
노각나무에서 선을 찾는다.
약간 상승하는 느낌의 새의 몸통과 몸통에 달린 발이 T자와 Y자를 합친 선과
크기가 약간 작은 새의 목과 부리형상을 한 V자 선을 찾아낸다.
조금만 유심히 바라보면 많이 찾을 수 있는 가지들이다.
이 가지들을 크기별로 적절하게 조립을 하고 몇군데만 간략하게 칼질을 하고
새가 앉을 받침목과 잘 결합하면 솟대가 된다.
어떤 노각나무 가지들이 조곤거리는 새 소리를 낸다.
어떤 노각나무 가지들에서 쫑긋 꽁지를 들어 올리고 탭댄스를 한다.
그 아래에서 기쁨에 넘치는 사내 하나가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