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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완성) 선묵유거 주련 한 쌍

  

⊙ 贈遊藝堂主 (증 유예당주): 유예당 주인께 드림.  ( 韻: 居如廬書餘)

同行瑞翰訪幽居 (동행서한방유거): 서한당과 동행하여 거창의 유거(幽居)를 찾으니
靑谷歡迎舊友如 (청곡환영구우여): 청곡 선생이 옛 친구를 맞이하듯 반겨주시네.

瓦刻孜孜無我界 (와각자자무아계): 기와 조각에 힘쓴 모습은 무아의 세계요
花栽裕裕有仙廬 (화재유유유선려): 꽃 재배가 넉넉하니 신선의 집이로다.

簾中月影斐千畵 (렴중월영비천화): 주렴 안의 달빛은 천 그림의 아름다움이요,
牖外山光覽萬書 (유외산광람만서): 창문 밖에 산 경치는 만 권의 책을 봄이로다.

禪墨遊園修鍊裏 (선묵유원수련리): 선묵(禪墨)이 노니는 동산의 수련 뒤에는
安心樂道足留餘 (안심락도족유여): 마음 편히 도를 즐기니 만족함이 유여(留餘)하리라.
                                                     
                                                                        癸巳 八月 二十二日 止堂 鄭圭燮


 


 

 

 포항의 지당 선생께서 방문 기념으로 지은 한 시 한편을 받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온갖 풍류의 멋은 알아 가지고 거처에 주련 한 쌍 걸어두는 것이 작은 소망이었으나


정작 한 시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서한당이 스승께 일필해 주십사고 졸라 얻어낸 서예 작품을 서각한다.


재료는 참죽나무인데 붉은 색이 고운 목재다.

 

 

 

양각을 할 참이다.


서각을 하다보면 필획에 집중하게 된다.


붓의 흐름은 마치 물이 흐르는 것과 같아서


때론 여리고 경쾌하고 빠르게 흐르다가  세게 느리고 둔중하게 흐르기도 한다.


때론 바람결에 흔들리듯 하다가 바위처럼 무거워지기도 한다. 


 


나는 이런 작업의 제작 과정을 중시한다.


단지 결과물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칼을 예리하게 갈아야 조각도가 나무의 살갗을 파고 들어가는 칼맛을 느끼는 법이니


숫돌에 수없이 반복 연마를 하며


하이스강 조각도 등을 두드리는 망치의 리듬을 즐긴다.


연필로 그린 윤곽선을 절반으로 자르듯 하는 창칼의 정확한 방향과 깊이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