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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인연의 방주(3)

 

이러한 교의의 바탕 위에서 연기의 법칙이 설명된다.

무상하고 무아인 모든 현상이 변화하고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데는 어떤 법칙이 있다.

관계 변화의 법칙에 따라서 생멸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그 변화의 법칙이 바로 연기법이다.

 

이것이 있으면 그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그것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생김으로써 그것이 생기고, 이것이 멸함으로써 그것이 멸한다는 것이다.

 

 

 

연기는 因緣生起인연생기 즉 인과 연에 의지하여 생겨난다는 법이다.

여기서 인은 내면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이고 연은 외면적이고 간접적인 원인을 가리킨다.

한송이의 꽃이라는 존재에는 씨라는 인과 땅, 햇볕, , 거름과 같은 연의 상호 작용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존재, 현상은 인과 연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무수한 개별 행위들의 요소가 작용하여 오늘의 내 삶이 성립되는 것이다.

 

언뜻 돌아보는 내 과거의 영상에 보이는 자취하는 중학생, 부모의 희생, 공부하는 모습, 아내와의 만남, 교단 교사,

많은 조상님들, 자식 출산, 함부로 내뱉은 말, 고양이 사랑, 꽃 가꾸기, 삽질, 친구와의 만남, 첫 사랑의 추억......

이런 행위들의 영향으로 오늘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딱 잘라 말할 수 없지만 어떤 요소는 인이 되고 어떤 요소는 연이 되어........

 

 

 

 

인과 연이 잘 갖추어져서 화합하면 비로소 사물이 생겨난다.

아내에게 미소를 보내자 그녀의 마음이 따뜻해져서 가정이 훈훈해지고 자식은 사랑을 배운다.

이렇게 끝없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상호 영향을 줌으로써 새로운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사소한, 무수히 많은 내 말과 생각과 행위들은 새로운 인연을 맺는 질료가 된다.

나는 아내, 자식, 친구, 이웃, 강아지, 책에 의존하고 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어찌 그 뿐이랴! 저 밖에 부는 거센 바람, 차가운 날씨, 휩쓸리는 낙엽까지도 인연인 것이다.

 

 

 

 

 

인과 연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법(존재)이다. 이 법은 공하다.

왜냐하면 사물 자체에는 고정된 성품이 없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법(존재)도 인과 연을 따라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일체의 모든 법이 공하지 않은 것이 없다.

 

                                          법(존재)는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있는 것(존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인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없는 것(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연기의 법칙에 의해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를 없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그래서 게송에서는 있음과 없음의 양극단을 벗어나기에 中道중도라 이름하는 것이다.

 

 

 

 

게송에서는 이렇게 說설한다.

여러 인과 연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 법(존재)이다.

나는 이것을 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한 가명이라고도 말하며,

중도의 이치라고 말한다.

단 하나의 법도 인과 연을 따라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일체의 모든 법이 공하지 없은 것이 없다.

 

 

 

 

인연이 의도적으로 결합하는 가장 결정적이고 중대한 사건은 결혼이리라.

결혼은 인생의 大事.

전혀 다른 개체가 만나서 부부가 되어 가정이란 공동체를 이룬다.

서로 사랑하고 자식을 낳고 살다가 배우자의 품에서 죽는다.

 

이렇게 무수히 많은 요소들에 의해 인연이 맺어진 부부는 

이런 연기법을 받아들이는 겸허함으로 서로 깊이 존중하고 사랑하여야 하리라.

그리고 공동체 내에서 일상의 사소한 행위들까지도 새로운 인연의 요소가 됨을 깨달아야 하리라.

 

 

 

 

 

연기법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나 자신을 한없이 낮춘다.

무한한 감사와 존경과 사랑을 다하리라.

 

우연히 스치는 뭇 사람들과의 소매깃에도 

인연이 담긴다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