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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삶을 사랑하는 기술(4) - 우주적 의식

 

뜰에 나선다.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자 낙엽들이 떨며 모퉁이에서 서로 껴안고 있다.

서릿발 입에 문 칼날에 국화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 봄, 그 여름날은 가고

바람은 늘 다른 길로 다니고 새는 늘 다른 춤을 추는구나.

모든 것은 흐르니 가만히 멈추어 있는 것은 없구나.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추위가 맹위를 떨친다.

꽃이 피어나는 생명의 소리가 시들고 죽는 죽음의 소리에 닿아 있구나.

여름에 푸르던 내가 이 겨울에 마르는구나.

 

 

때론 별들도 눈을 흘기며 다툰다.

저러다 무한 나락 속으로 빠져 들어가 폭발하겠지.

그러다그 때는 아기별이 큰 울음을 울며 태어나겠지.

 

 

 

 

 

                                                사물이 흐르고, 별이 흐르고 내가 흐른다.

내가 꽃의 손을 잡고 꽃이 바람의 손을 잡는다.

낮이 밤의 손을 잡고, 생명이 죽음의 꼬리를 잡고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춤을 추며 어우러진다.

 

내가 손을 뻗자 별이 다가와 손을 잡는 밤

온 세상이 어화둥둥 돌아가며 노래하는구나.

 

 

 

 

 

헤라클레이토스를 만난다.

우주가 완벽하게 조화로우며 고정되어 있다는 말에 귀 기울인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그의 역동적 우주론을 선호했고

더 나아가 우주는 생성, 팽창, 소멸할 것이라고 믿었다.

 

20세기 초, 허블 망원경은 우주가 상상했던 것보다 크며 계속 팽창한다며

그들에게 박수를 쳐 주었다.

 

 

 

 

허블 망원경이 아니라도 하늘을 올려다 본다.

밤 하늘은 거대하고 완벽한 설계 도면이다.

반대되는 것들이 아름답게 조화하며 질서 있게 운행된다.

저 우주의 지성 앞에 무릎을 꿇고 찬탄의 노래를 부른다.

 

우주는 하나의 통합된 지성이다.

아우렐리우스는 말한다.

"그 안에 모든 것들은 얽혀 있고 신성한 끈이 그것들을 함께 묶어준다.

고립된 것은 없다."

 

 

 

 

 

우주의 이성 로고스(Logos)!

영원한 로고스여!

사물의 어머니여!

 

 

헤라클레이토스는 우주에는 로고스가 있어

반대되는 힘들을 조정하고 조화를 이루게 한다고 믿었다.

 

그 로고스는 불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로고스의 일부를 지니고 있는데 그것이 합리적 의식이다.

 

 

 

 

세상은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이루어져 있고 항상 좋은 것과 친해져야 한다는

어린 시절은 내 마음에 부싯돌 불빛이 번쩍 거렸다.

자기중심적 애착과 편협함의 작은 빛이었다.

 

어른이 되어 어느덧 흰머리칼 늘어나고 내 안에 불길이 자라고 밝아져서

불빛에 비친 내가 하늘을 우러르며 경탄의 노래 부르나니

이제야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제야 사물은 좋고 나쁜 것만으로 보지 않는다.

존재하는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로구나.

 

 

 

 

 

헤라클레이토스는 이성을 기르고 격정적인 감정을 통제하고

과음, 폭식 같은 나쁜 습관을 없애면

우주 자연에 대한 우주적 인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성과 절제 있는 삶에서 의식의 불이 밝게 피어나는 법이다.

 

이제 로고스에 눈 뜨고

이제 로고스와 하나가 되어야 하리.

 

내 의식에 높은 안테나 세우고

진동해 오는 로고스의 주파수를 받아들인다.